인권위 '조국 수사 인권침해' 공문 하루도 안돼 반송…靑 '착오'라는데,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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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압박용이었나' 뒷말 무성국가인권위원회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비리 수사에서 “검찰의 인권침해 여부를 가려달라”는 국민청원 관련 공문을 청와대로 돌려보냈다. 공문 송부 과정에 ‘착오’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 13일 청와대가 보낸 국민청원 관련 공문을 같은날 오후 청와대로 반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청와대가 “공문이 착오로 송부됐다”고 알렸고, 인권위는 이를 고려해 반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해당 국민청원은 지난해 10월 15일 ‘인권위가 조국 장관과 가족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무차별 인권침해를 조사할 것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으로 올라와 22만 건 이상 동의를 받았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13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청원 관련 자료를 공문 형태로 전달했다. 인권위는 “공식 진정서가 아니므로 관련 법률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조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하루도 안 지나 착오라는 이유로 공문을 다시 돌려받으면서 ‘검찰 압박하기’가 아니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식 진정서 형태는 아니지만 청와대가 국가기관인 인권위에 공문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인권위는 청와대 공문과 관계없이 조 전 장관 가족의 인권침해 여부를 자체적으로 따져 필요시 직권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조사 여부는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11명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권침해 사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권위는 해당 기관에 시정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인권위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관련자들을 수사 의뢰할 수도 있다.검찰 내부에서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조사에서 인권침해로 볼 여지가 적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는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요구사항을 거의 모두 수용하며 수사 일정을 정했다”며 “법원도 정 교수의 구속 수사 필요성과 구치소에 수용하는 데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