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천년 기와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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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밤새 눈이 내린 고궁의 아침, 담장과 기와지붕 사이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지붕의 수키와가 드리운 그림자는 빗살무늬를 이뤘고, 그 앞의 고목은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눈과 기와가 만들어낸 흑백의 직선과 곡선의 무대에서 나무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이 장면은 사진가 원춘호가 지난 20여 년 동안 기와를 담은 사진 연작 ‘천년 와(瓦)’의 하나다.
기원전 낙랑군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온 기와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환경을 반영해 변해왔다. 우리 기와는 질감이 투박하고 세월이 지나면 색이 은은히 바랜다. 그래서 주변의 풍경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기와지붕의 용마루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곱게 휘어서, 한국의 산세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건축물을 지을 때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조화시킨 우리 민족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원씨는 기와지붕이 햇빛, 눈, 나무, 안개 등 우리의 자연과 만나 빚어내는 조형미를 섬세한 앵글로 포착했다. 면과 선, 흑과 백이 이루는 조화가 때론 경쾌하게, 때론 아늑하게 드러났다. (토포하우스 27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기원전 낙랑군을 통해 한반도에 들어온 기와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환경을 반영해 변해왔다. 우리 기와는 질감이 투박하고 세월이 지나면 색이 은은히 바랜다. 그래서 주변의 풍경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기와지붕의 용마루는 다른 나라와 달리 곱게 휘어서, 한국의 산세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건축물을 지을 때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조화시킨 우리 민족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원씨는 기와지붕이 햇빛, 눈, 나무, 안개 등 우리의 자연과 만나 빚어내는 조형미를 섬세한 앵글로 포착했다. 면과 선, 흑과 백이 이루는 조화가 때론 경쾌하게, 때론 아늑하게 드러났다. (토포하우스 27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