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사과에 대하여·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 = 김해경 지음.
한국에서 공원이 처음 만들어진 130년 전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공원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한국 최초의 공원은 1888년 인천의 각국 조계지 내 각 영사관이 공유한 시설로 '공공 정원'이라는 뜻의 'Public Garden'이라고 표기됐다.

1897년 남산 아래 일본인 거류지 부근에 일본 신사를 조성하고 주변을 '왜성대공원'이라고 불렀으며 이후 경성 최초의 공원인 파고다공원과 서대문밖 독립공원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일제 강점기 공원 조성을 주도한 것은 조선총독부와 경성부였다. 조선시대 관공서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던 지역에 조선의 흔적을 지우고 장충단공원, 사직단공원, 효창원공원, 훈련원공원 등을 조성했다.

특히 대한제국 군인의 추모공간이었던 장충단공원에는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가 들어섰고 파고다공원에는 일제의 재정고문 메가타 다네타로 동상이 세워졌다.

조선 왕궁이던 창경궁이 개방이라는 미명하에 식물원과 동물원, 볼거리가 가득한 테마파크로 변한 것도 빠트릴 수 없다. 근대공원의 확장은 당대의 도시문화를 만들었다.

공원은 인공자연을 향유하는 대중 장소였으며 공공과 상업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는 데이트 장소였으며 룸펜과 노인이 머무는 소외의 공간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엔 원형과 복원이 충돌하면서 공원의 구성 요소가 기억의 매체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걷어내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독립공원 내에 복원한 독립관은 원위치가 아니며 규모와 현판 또한 원형과 다르다.

2010년 '남산 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장충단공원 정비 사업은 근대 장충단공원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렸고 훈련원공원은 명칭만 연속성을 지녔을 뿐 제자리에 위치하지 못했다.

또한 특정 권력이나 이해관계에 얽힌 집단의 요구로 과거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이 아닌 기억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졌으며 이념의 색채를 지닌 동상이 공원의 상징성과 상관없이 들어오고 뜬금없는 기념비는 기억을 강요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정은문고. 344쪽. 2만2천원.
▲ 사과에 대하여 = 아론 라자르 지음, 윤창현 옮김.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학장을 지낸 사회심리학자가 역사적, 정치적, 개인적 사례를 분석해 사과에 대한 학문적 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책이다.

사과의 정의와 가치,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의 욕구, 성공하는 사과 과정, 사과의 동기와 회피의 이유, 사과의 조건에 대한 협상, 사과와 용서의 관계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여기에 1천여 건의 사과 사례와 임상 경험을 동원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과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보통 대인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갖기 원하고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당성과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길 원하는 성향이다.

그러나 사과 후 달라지는 것은 가해행위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빼앗은 힘'을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한 수치심은 도덕적 실패가 아닌 '고결함'의 증거라고 본다면 사과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저자는 사과의 과정을 잘못 인정, 후회, 해명, 보상의 네 단계로 설명하면서 "사과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피해자의 욕구를 충족하게 하는 기술이 된다"고 강조한다.

바다출판사. 360쪽. 1만4천800원.
▲ 우울할 땐 뇌과학, 실천할 땐 워크북 =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신경과학과 생물학 관점에서 우울증을 분석한 스테디셀러 '우울할 땐 뇌과학'의 저자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는 10가지 실천법을 소개한다.

이해하고 인식하기, 뇌를 돕는 활동하기, 운동하기, 호흡하고 마음의 긴장 풀기, 잘 자기,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 내리기, 마음챙김과 받아들임, 습관의 강력한 힘, 감사하기 등 10개 장으로 나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각 방법이 표적으로 삼은 뇌 영역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각 방법에서 얻는 효과는 다른 영역으로도 퍼져나간다.

예를 들어 감사의 표현과 수면, 사회적 작용은 서로 다른 장에서 다루지만 감사는 수면의 질을 향상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더 잘 연결돼 있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우울증과 불안증을 진단하는 체크리스트, 매일 워크북 내용을 실천에 옮기도록 돕는 활동 일정표, 잠의 질을 높여 주는 수면 일기 양식, 마음챙김 호흡법, 마음챙김 호흡 양식,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게 해 주는 습관 일지 양식과 같은 실질적 도구도 담았다. 심심. 360쪽. 1만9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