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온건성향 의원 총선후보심사 대거 탈락에 항의

"로하니 대통령 지지 현역의원 90명 탈락"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열린 내각회의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온건·개혁 성향의 현역 의원이 헌법수호위원회의 예비 후보자 심사에서 대거 탈락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총선을 관리하는 이들은 국민에게 '의석 한 개를 놓고 경쟁하는 후보자가 17명, 170명 또는 1천700명이나 있다'라고 말하면 안된다"라며 "어느 한 정파 후보자만 나오는 선거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한 정파 후보자만 나오는 선거는 마치 한 종류의 상품만 2천개 진열한 가게와 같다"라며 "국민은 다양성을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파와 단체가 총선에 후보자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이란은 한 정파가 독점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총선은 다음달 21일 예정됐다.

이란에서는 보수 성향의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총선 예비 후보자의 자격을 심사해 입후보를 승인한다.

이란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심사에서 예비 후보자 1만4천여명 가운데 9천여명이 탈락했으며, 이 가운데는 현역 의원 90명(총원 290명)이 포함됐다.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에서 탈락한 후보 가운데 대부분이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리스테 오미드'(희망의 명단) 정파 소속으로 알려졌다.

탈락자는 이의제기를 1회 할 수 있으나 결정이 번복되지 않으면 다음달 총선에 입후보할 수 없다.

리스테 오마디는 2016년 총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와 핵협상 타결이라는 호재에 힘입어 약 120석을 얻어 보수 성향 정파를 압도했다. 특히 수도 테헤란에서는 30석 모두를 리스테 오미드가 석권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인 핵합의가 붕괴 위기에 처하고 경제난이 심해지면서 다음달 총선에서 온건·개혁 성향이 불리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보수파의 핵심인 혁명수비대가 여객기를 격추하는 '초대형 악재'가 터지는 바람에 혼전 양상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헌법수호위원회는 15일 "대통령의 발언은 예비 후보자 심사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탈락한 이유는 횡령, 뇌물 수수와 같은 금전 문제였다"라고 반박했다.

압바스 알리 카드호다에리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후보 자격 심사에 대한 논란은 항상 벌어졌다"라면서도 "대통령이 그런 논란을 먼저 제기한 것은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또 "로하니 대통령의 사위가 탈락자가 됐다는 보도가 있던데 가족의 불합격으로 어느 한 정파가 통째로 없어졌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