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미니카 '한 우물'만 판 일본 기업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토미카 홈페이지 캡쳐
일본에서 50년간 장난감 자동차 ‘한 우물’만 판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미니카 제조업체 토미카는 올해 제품 발매 50주년이 됐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까지 발매한 1050개 모델을 전시한 행사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50년간 판매한 실물차를 재현한 장난감 자동차는 6억7000만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2초에 한 대 꼴로 미니카가 판매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회사는 손바닥 크기에 실제차의 모습을 재현한 제품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토미카가 첫 제품을 내놓은 것은 1970년 8월18일입니다.

50년 전부터 실제 자동차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중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아연합금을 다이캐스팅해 만든 장난감 자동차 제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첫 모델은 닛산자동차의 블루버드SSS 쿠페와 도요타자동차의 2000GT 등 6종류였다고 합니다. 당시 일본에선 외국산 모델을 배경으로 한 수입 미니카가 일본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는데 이를 ‘국산화’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폭 78㎜의 상자에 들어간다는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자전거와 기차, 헬리콥터를 포함해 1050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50년의 세월 동안 원가부담 탓에 제조 공장은 일본에서 중국을 거쳐 현재 베트남으로 옮겨갔지만 미니카를 만든다는 점만은 변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제품가격은 기본적으로 450엔(약 4740원, 세금별도)으로 책정해 아이들이 용돈을 모으면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한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이 회사는 현재 140개 모델을 판매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신 모델 2개를 등장시키고, 2종류 판매를 중지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도로에서 달리고 있는 차”를 모델로 판매한다는 원칙에 따라 매년 24대의 ‘신차’를 선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모델군을 지속적으로 바꿔나가며 시대에 적응한 것이 반세기에 걸쳐 사랑받은 원인으로 회사 측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미니카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디자인이 변하지 않는 것은 1977년에 등장한 ‘런던버스’라고 합니다.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일본 히노자동차의 사다리가 달린 소방차로 407만대가 판매됐다고 합니다. 고마쓰의 불도저도 308만대가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가장 많은 미니카 모델이 나온 업체는 도요타자동차로 150개 이상의 차종이 제품화됐습니다.

발매 50주년인 올해는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디자이너가 직접 토미카의 미니카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일본에는 수익성에 상관없이 한 분야에 매진하는 기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시대변화에 발맞추지 못해 도태되는 업체도 있고, 남들이 쉽게 쫓아오지 못할 전문성을 갖춘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 경제의 장단점이 모두 드러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이런 기업 문화에 대한 평가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난감, 그것도 미니카 한 분야만 집중해온 회사가 5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