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탄생 250주년…'불멸의 베토벤'을 만나다

베토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절대적 존재다. 그 어떤 음악가도 생전과 사후에 베토벤만큼 만장일치에 가까운 숭배와 찬탄을 받지 못했다. 바흐와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도 음악 수용의 역사에서 굴곡이 있었지만 베토벤은 한결같았다. 그의 음악은 시공 및 이념과 성향, 정치적 지형을 초월한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베토벤을 좋아했다. 2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치달을 때 독일 베를린에서도, 영국 런던에서도 교향곡 5번 ‘운명’이 연주됐다.

그 어떤 음악가를 기념하는 해도 이렇게 들뜬 적은 없었다. 100주년도, 200주년도 아닌 250주년인데 말이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연주단체들을 비롯한 수많은 음악인이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을 무대에서 기리고 추억한다. 왜 베토벤일까. 베토벤 음악의 그 무엇이 200여 년간 사람들을 끊임없이 열광시켰을까. 현재진행형인 ‘베토벤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독일 음악학자 마르틴 게크가 쓴 《베토벤》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게크가 여든한 살이던 2017년 독일에서 펴낸 책이다. 음악학의 대가인 게크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사유, 통찰, 심득이 녹아 있는 역작이다.

이 책은 평전이나 음악서가 아니다. 목차를 보면 ‘베토벤 책 맞아?’란 생각이 들 법하다. 나폴레옹부터 미국 철학자이자 음악학자인 리디아 고어(60)까지 36개 장에 36명의 이름이 나온다. 한 명의 이름인 ‘불멸의 연인’에 후보 네 명이 언급되고, 에필로그에 괴테가 등장하니 딱 40명이다. 저자는 베토벤과 함께 거론되는 선대 위인들, 동시대 문인과 지인들, 후대 음악가와 철학자들을 소환해 영웅주의, 절대음악, 환상성 등 주요 베토벤 담론과 음악 수용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룬다.

베토벤 입문서나 개론서로는 적절치 않다. 심화서로 알맞다. 주제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논의 수준이 높아 사전 지식이나 음악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독해가 어려울 수 있겠다. (마성일 옮김, 북캠퍼스, 616쪽, 3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