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실적 악화 '땜질'

작년 하반기 드라마 9편 줄이고
예능 재방송 601회 늘려

월화·수목드라마 방영 축소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지난해 하반기 정규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예능프로그램 재방송 편성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조사업체 TNMS 미디어데이터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지난해 7~12월 방송한 드라마는 모두 40편으로 2018년 하반기 49편보다 9편 줄었다. 채널별로는 KBS1이 한 편, KBS2가 두 편, MBC와 SBS는 세 편씩 감축했다. 같은 기간 지상파 3사의 예능 재방송 횟수는 총 1515회로 전년 동기(914회)보다 601회 증가했다. 예능 재방송 횟수를 가장 많이 늘린 방송사는 MBC로 154회에서 432회로 278회 확대됐다. 신규 예능프로그램 편성은 소폭 줄었다. 3사가 지난해 하반기 방영한 예능프로그램은 모두 93편으로 2018년 하반기에 비해 8편 감소했다.

방송계는 3사 모두 광고수입 급감 등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제작비가 많이 드는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예능 재방송을 늘리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지난달 “KBS의 2019년 연간 콘텐츠 판매 및 광고 수입 등 사업 손익이 925억원 적자, 당기순손실은 4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2018년보다 적자 규모는 340억원, 당기순손실은 112억원 늘어난 것이다.KBS는 지난해 광고수입이 23.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MBC와 SBS도 광고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지난해 상반기 44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적자 규모는 1200억원에 달했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 하반기 월화드라마 또는 수목드라마 방영을 중단했다. KBS는 11월 ‘녹두전’ 종영 후 월화드라마를 잠정 중단했다. MBC는 9월 ‘웰컴2라이트’ 방영 이후 월화드라마를 중단했다. 이보다 앞서 일일극도 폐지했다. SBS는 7월부터 월화드라마 시간에 예능을 내보냈다가 10월 드라마를 부활했다. 하지만 11월 ‘시크릿 부티크’ 종영 후 수목드라마를 중단시켰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회당 3억~4억원을 준다. 예능프로그램은 회당 1억원 안팎이다. 시청률에서는 드라마와 예능 간 큰 차이가 없다. 교양프로그램에는 광고가 붙지 않지만 예능은 재방송에도 광고가 따라붙는다. 예능은 단편으로 완결미를 갖기 때문에 재방송해도 순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들이 제작 편수를 줄이고 똘똘한 프로그램 재방송을 늘려 화제성을 키우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라며 “케이블방송 tvN도 성장기에 이런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예능에 실내 토크쇼 형식이 많은 것도 야외 촬영을 하면 제작비가 실내 촬영보다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