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수사종결권 확보한 경찰, 검찰의 영장청구권 삭제까지 노리나

민갑룡 경찰청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에 따른 후속 조치 관련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로 '1차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이 장기적 과제로 '검찰의 영장청구권 삭제'를 설정했다. 경찰이 온전한 수사주체로 자리잡기 위해선 검찰의 독자적 영장청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를 위해선 해당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하는 등 개헌이 필요한데다 이미 수사 지휘권을 빼앗긴 검찰의 반발도 클 것으로 보아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민갑룡 경찰청장 등 전국 경찰 간부들이 참석한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수사권 조정안은 선진 형사사법체계를 향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 평하면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영장청구권은 검찰의 독점적 권리리다. 헌법 제121·제16조 등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어서다. 따라서 경찰이 영장을 발부 받기 위해선 검찰에 신청을 하고, 검찰의 검토 후에 검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청구를 거절하면 경찰은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도 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아무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영장 신청 반려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확보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경찰은 여전히 검찰의 수사 개입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소법·검찰청법에 대해 "이번 수사권 조정안이 검사의 직접 수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서 경찰 수사에 개입 여지를 두고 있어 큰 틀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성을 제시한 '과도기적 입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기소의 확실한 분리를 향후 과제로 꼽고 장기적으론 검사의 영장청구권 헌법 삭제까지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에 영장 청구의 주체로 검사를 명시한 나라는 거의 없다"며 "개헌이 쉽진 않겠지만, 독자적인 수사를 위해선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