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70대 여성, 만성질환자 2명에게 간·신장 선물하고 영면

고(故) 전영숙 씨…분당메모리얼파크 기부 봉안담에 잠든 첫 장기기증자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이 만성질환자 2명에게 소중한 장기를 선물하고 영면에 들었다. 17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고(故) 전영숙(77)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전씨 남편은 나눔을 좋아한 아내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두 아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전씨는 평소 각종 봉사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했고 마지막 가는 길에는 장기기증으로 거룩한 생명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가족은 전했다.

전씨의 둘째 아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아버지 제안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며 "어머니의 장기가 다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가 기증한 간과 양쪽 신장은 만성질환자 2명에게 이식됐다.

전씨는 뇌사 장기기증자를 위해 추모공원 분당메모리얼파크 측이 기부한 봉안담에서 지난 12일 영면에 들었다.

분당메모리얼파크가 매년 봉안담 12기를 기부하기로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과 맺은 협약에 따라 마련된 곳이다. 전씨는 이곳에 잠든 첫 뇌사 장기기증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