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세월호 사고 1700억 배상"…장남은 빠졌다, 왜?

법원, 세월호 사고 책임 유벙언 일가에
청구액 4313억 중 1700억 부담 요구
유병언 장남 대균 씨, 상속 포기로 배상책임 제외
세월호/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 일부를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자녀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남 대균 씨는 빠른 상속 포기로 배상책임에서 제외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정부가 세월호피해자지원법(제42조 2항)에 근거해 유병언 전 회장의 네 자녀를 상대로 제기한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과 피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사자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여러 소송 중 첫 승소다. 구상금은 채무를 대리변제한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반환을 청구하는 금액을 말한다. 정부는 2017년 말일을 기준으로 세월호 관련 집행비용을 산정했고 총 4213억 원 가운데 법원은 3723억 원에 대해서만 구상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유병언 전 회장을 포함한 청해진 해운 임직원에게 70%가 있다고 봤다. 국가는 25%, 화물 고박업무를 부실하게 한 회사(우련통운)에게 5%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병언 전 회장 일가가 세월호 참사 책임의 직접 원인제공자로 특정되면서 자녀들에게도 배상책임이 돌아가게 됐다. 다만 장남 유대균 씨는 2014년 10월 상속포기를 신청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배상의무에서도 빠지게 됐다. 배상액의 70%에 해당하는 2606억 원 중 일부 변제금액을 뺀 1700억 원을 유병언 전 회장의 세 자녀 유혁기, 유섬나, 유상나 씨가 부담하게 됐다. 이들은 각각 557억, 571억, 572억 원을 나눠 부담한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80회 이상 화물을 과적하고 고박을 부실하게 한 세월호를 출항시키는 등 장기간 조직적으로 사고 원인이 된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했다"며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운항과 관련한 업무집행지시자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위법행위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알 수 있었음에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가는 헌법상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정부에 연대 책임이 있다는 것. 재판부는 "국가는 헌법과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세월호피해지원법 등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포괄적 보호의무, 재난발생 예방 및 피해 최소화 의무 등을 부담한다"며 "국가가 이 사건 관련해 지출한 비용 전부를 유 전 회장 등에 구상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 전부를 전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정조사와 세월호진상조사특별위원회 활동 비용 등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분향소 운영비용이나 추모사업 관련 비용도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예우이므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가 2015년 11월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은 여전히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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