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주한EU대사, 중국 스파이 혐의로 독일에서 조사받아

게르하르트 사바틸 전 주한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사진)가 유럽에서 중국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독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독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독일 전직 외교관이 사바틸 전 대사로 확인됐다고 17일 보도했다. 전날 AFP와 슈피겔 등 유럽 언론들은 “독일인 EU 외교관을 포함해 3명이 중국 스파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독일 경찰이 베를린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바이에른주 등에 있는 용의자들의 집과 사무실 아홉 곳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SCMP는 “스파이 혐의를 받는 외교관이 2015~2016년 주한 EU 대사를 지낸 사바틸로 밝혀지면서 유럽과 중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독일 검찰이 아직 용의자들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대신 통화기록과 여행이력을 통해 사바틸과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사바틸은 로비스트 2명을 고용해 국가안전부에 유럽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며 국가안전부 간부와도 몇 차례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사바틸 전 대사는 독일과 헝가리 이중국적자다. 한국을 비롯해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대사를 지냈다. 2017년 EU를 나와 로비업체인 유톱(EUTOP)에 입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스파이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광범위한 첩보 활동을 벌인다는 추정은 많았지만 유럽 외교관이 포함된 스파이 혐의를 수사당국이 실제로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