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통합' 과제 짊어진 김형오…"물고기 아닌 물 갈겠다"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 화두로 공천룰 개혁 시사
공천 열쇠 쥔 김형오, 보수통합 촉매제 될지도 주목

17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위원장 앞에 놓인 첫과제는 '공천을 통한 혁신'이다.이는 곧 인적 쇄신과 공천룰 혁신을 의미한다.

한국당이 20대 총선에서 '진박(진정한 친박) 공천'으로 상징되는 공천 실패와 탄핵,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를 딛고 4·15 총선에서 반전을 꾀하려면 혁신은 필수라는 지적은 이어져 왔다.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말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칼날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공관위원장을 수락할 때 번민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새로운 물고기를 많이 영입하겠다.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현재의 한국당 인적 구성으로는 총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인식을 담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한국당 연찬회에서 김 위원장은 연사로 나서 현역 의원들을 향해 '딱 죽기 좋은 계절'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이 현실화할 경우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김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공천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간섭받지 않겠다"며 "황교안 대표가 제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전권 없이는 간섭 때문에 어떻게 일하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솔직히 당이 싫어서 떠났던 사람이고, 다시는 정치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떠났다"며 "위중한 상황이라 4년 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당원이 될 생각은 여전히 없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치적 사심이 없음을 알림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물갈이와 그에 따른 저항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 프레임도 꺼내 들었다.

제도를 뜻하는 '물'이 바뀌지 않는 한 새 인물을 의미하는 '물고기'가 들어오더라도 물고기마저 오염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개혁과 제도 변화로 판갈이를 이뤄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물갈이와 판갈이가 함께 되는 것을 보여야 한다"며 이번 공천에서의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 화두를 던졌다.

국민이 직접 경선에 참여해 후보를 선출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가 기성 정치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정치신인에게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한국형 국민경선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당의 공천룰 개혁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공천 혁신과 함께 보수통합을 견인하는 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보수당 등 범보수 진영의 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당 공관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일단 통합 신당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는 새보수당 등 통합 상대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물밑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합과 공천 관리가 연결되기 때문에 공식 기구 역할을 절대 침해하지 않고, 비공식·비공개적으로 잘 되는 방향으로 소리 없이 힘을 보태는 게 도리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통합의 핵심이라 할 공천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보에 따라 통합의 흥망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공관위원 구성이 새보수당 등과의 통합에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새보수당 측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있다.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통합' 기준으로 판단하면 김 위원장이 혁신통합에 반대하고 부담을 줄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