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때문에 아기 가질 자신 없어"…부동산이 서민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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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데이트 대신 부동산 '임장'도…관련 카페·카톡방 '활발'
집 없는 사람들 박탈감 호소…"차라리 대학 안 가고 등록금 모아 집 살걸"올해 3월 결혼을 앞둔 김모(34) 씨는 본인과 예비 신부의 직장 위치를 고려해 서울시 성동구에 신혼집을 마련했다.지난해 초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공부하고 괜찮은 아파트 단지 수십곳을 돌아다녔지만,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약 4억원에 2년 전세 계약을 맺었다.
김 씨는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요즘 분위기로는 2년 뒤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안 든다"며 "어쩌면 2년 뒤 (직장과 먼) 서울 외곽으로 이사 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당분간 아기를 갖지 않기로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새해 가장 큰 소망 1위는 '내 집 마련'…"시세 보면 막막하기만"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에게 부동산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설문조사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지난해 12월 10∼18일 1천420명(남성 730명·여성 6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가장 슬픈 일 1위는 '부동산 가격 상승·부의 양극화 심화'(15.77%)가 차지했다.
새해 가장 큰 소망 중에서는 '내 집 마련'(17.04%)이 1위에 올랐다.
거침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출산율 저하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역시 결혼을 앞둔 이모(35) 씨는 지방 출신으로,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이래 10년 넘게 서울에 살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서울에서 자취를 해왔는데, 막상 신혼살림을 차릴 집 가격을 알아보니 앞으로 서울에서는 평생 못 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자녀가 생기면 어디엔가 정착해야 할 텐데, 부동산 시세를 보면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인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은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는 대신 서울이나 경기도 아파트 단지로 부동산 '임장'(臨場)을 다니기도 한다.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장 조사나 답사를 다니는 것을 '임장' 활동이라고 표현한다.
회원 수가 100만명 가까이 되는 한 인터넷 카페 이용자들은 자신을 '부린이'라고 부른다.
'부린이'는 부동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부동산 투자·공부 초보자를 일컫는다.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아파트 단지 등을 둘러본 뒤 사진과 함께 '임장' 후기를 남기면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에는 부동산 투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익명 채팅방이나 특정 지역에 '임장'을 함께 갈 사람들을 모집하는 채팅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500여 명이 참여 중인 한 채팅방에서는 한 참여자가 "친구들과 부동산 얘기를 하면 자산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다"며 소규모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명절 금기어 된 '부동산'…"집만 생각하면 허탈하고 화가 나"
실제로 집값 상승으로 인해 가까운 사람끼리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는 '부동산'이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모(44) 씨는 3년 전 집을 팔았다.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생각에 당시 거래되는 금액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았는데도 덜컥 팔렸다.
최 씨는 같은 집에서 전세로 살며 더 큰 집을 알아봤지만, 몇 달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는 한동안 집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퉜다.
최 씨는 "당시 6억원에 집을 팔았는데, 지금은 10억원에 거래되더라"며 "후회해야 소용없지만, 집만 생각하면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젊은 층은 박탈감에 시달린다.
정모(31) 씨의 직장 선배는 재작년 대출을 끼고 서울 영등포구에 집을 마련했는데, 그 사이 집값이 1억5천만원가량 올랐다.
월급을 열심히 모아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온 정씨는 "선배가 앉은 채로 1억원 넘게 버는 모습을 보니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다"며 "뒤늦게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이제는 아무리 대출을 껴도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모(33) 씨는 "차라리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대학 등록금을 모아 집을 샀으면 지금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취업 준비생 이모(27) 씨는 "가정 형편이 여유로운 친구들을 보면 취업 후 집을 사려고 벌써 부동산과 재테크 공부를 한다"고 전했다.요즘 인턴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 170만원으로 가족을 지원한다는 이 씨는 "요즘 같은 상황이 원망스럽다"며 "거의 체념한 채 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연합뉴스
집 없는 사람들 박탈감 호소…"차라리 대학 안 가고 등록금 모아 집 살걸"올해 3월 결혼을 앞둔 김모(34) 씨는 본인과 예비 신부의 직장 위치를 고려해 서울시 성동구에 신혼집을 마련했다.지난해 초부터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공부하고 괜찮은 아파트 단지 수십곳을 돌아다녔지만,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약 4억원에 2년 전세 계약을 맺었다.
김 씨는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요즘 분위기로는 2년 뒤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안 든다"며 "어쩌면 2년 뒤 (직장과 먼) 서울 외곽으로 이사 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당분간 아기를 갖지 않기로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새해 가장 큰 소망 1위는 '내 집 마련'…"시세 보면 막막하기만"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에게 부동산은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설문조사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지난해 12월 10∼18일 1천420명(남성 730명·여성 6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가장 슬픈 일 1위는 '부동산 가격 상승·부의 양극화 심화'(15.77%)가 차지했다.
새해 가장 큰 소망 중에서는 '내 집 마련'(17.04%)이 1위에 올랐다.
거침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이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출산율 저하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역시 결혼을 앞둔 이모(35) 씨는 지방 출신으로,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이래 10년 넘게 서울에 살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서울에서 자취를 해왔는데, 막상 신혼살림을 차릴 집 가격을 알아보니 앞으로 서울에서는 평생 못 살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자녀가 생기면 어디엔가 정착해야 할 텐데, 부동산 시세를 보면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털어놓았다.
직장인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은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는 대신 서울이나 경기도 아파트 단지로 부동산 '임장'(臨場)을 다니기도 한다.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장 조사나 답사를 다니는 것을 '임장' 활동이라고 표현한다.
회원 수가 100만명 가까이 되는 한 인터넷 카페 이용자들은 자신을 '부린이'라고 부른다.
'부린이'는 부동산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부동산 투자·공부 초보자를 일컫는다.
이용자들이 관심 있는 아파트 단지 등을 둘러본 뒤 사진과 함께 '임장' 후기를 남기면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린다.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에는 부동산 투자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익명 채팅방이나 특정 지역에 '임장'을 함께 갈 사람들을 모집하는 채팅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500여 명이 참여 중인 한 채팅방에서는 한 참여자가 "친구들과 부동산 얘기를 하면 자산도 다르고 상황도 달라 감정이 상하는 일도 있다"며 소규모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모습도 보였다.◇ 명절 금기어 된 '부동산'…"집만 생각하면 허탈하고 화가 나"
실제로 집값 상승으로 인해 가까운 사람끼리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는 '부동산'이 일종의 금기어가 됐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최모(44) 씨는 3년 전 집을 팔았다.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할 생각에 당시 거래되는 금액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았는데도 덜컥 팔렸다.
최 씨는 같은 집에서 전세로 살며 더 큰 집을 알아봤지만, 몇 달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는 한동안 집 문제로 아내와 자주 다퉜다.
최 씨는 "당시 6억원에 집을 팔았는데, 지금은 10억원에 거래되더라"며 "후회해야 소용없지만, 집만 생각하면 허탈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젊은 층은 박탈감에 시달린다.
정모(31) 씨의 직장 선배는 재작년 대출을 끼고 서울 영등포구에 집을 마련했는데, 그 사이 집값이 1억5천만원가량 올랐다.
월급을 열심히 모아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온 정씨는 "선배가 앉은 채로 1억원 넘게 버는 모습을 보니 막심한 후회가 밀려왔다"며 "뒤늦게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이제는 아무리 대출을 껴도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모(33) 씨는 "차라리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대학 등록금을 모아 집을 샀으면 지금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취업 준비생 이모(27) 씨는 "가정 형편이 여유로운 친구들을 보면 취업 후 집을 사려고 벌써 부동산과 재테크 공부를 한다"고 전했다.요즘 인턴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 170만원으로 가족을 지원한다는 이 씨는 "요즘 같은 상황이 원망스럽다"며 "거의 체념한 채 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