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국민취업지원제도, 4차 산업혁명 대비에 필요"

"일자리 변동 앞두고 안전망 강화 시급…도덕적 해이 없을 것"
"임금체계 개편, 정부가 강제할 수 없어…노사에 인프라 제공"
김용균법 도급 금지 확대 인권위 권고엔 "현장 안착이 우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일자리 지각 변동을 앞두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국회에 관련 법안의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정부가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 서비스를 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할 계획이지만, 근거 법률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요약.

--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퍼주기'라는 반대 목소리가 있다.

▲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격한 기술 혁신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필요하다.

일자리 변동이 일어날 때 고용 안전망이 갖춰져 있어야 사람들이 이를 토대로 새 일자리로 진출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고용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취업자의 55%에 불과하고 나머지 45%는 안전망 밖에 있다.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약계층이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생계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다.

-- 40대 고용 대책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 40대 취업자 감소는 40대 인구 감소와 관련이 있다.

인구 감소와 취업자 감소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인구 감소 속도보다 취업자 감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40대는 고용률까지 하락했다.

생계를 책임지는 40대는 임금의 기대 수준이 높은데 기업은 채용에 소극적이어서 전직이 쉽지 않다.

정부의 취업 지원 정책도 40대를 겨냥한 것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출범한 관계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이번 주 1차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태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관계 부처가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노동시장 공급 측면에서는 40대 전직을 위한 직업훈련과 창업 지원 등이 포함된다.

창업 지원 방안은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벤처 창업 등이 중심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40대 고용 부진이 제조업 고용 부진과 관련된 만큼, 지역 단위에서 40대를 흡수할 수 있는 산업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
-- 노동계에서는 40대 정리해고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노동계 주장처럼 주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40대가 퇴직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등 통계를 보면 40대는 상용직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 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이 감소하고 있다.

-- 지난해 고용 지표가 개선됐지만, 노인 일자리 등 재정 일자리 사업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고용 상황은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전체적인 고용 지표를 보면 'V자형 반등'에 해당한다.

가장 부진했던 게 2018년 하반기인데 이를 저점으로 2019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가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확연히 커졌다.

고용률도 높아졌다.

취업자는 주로 청년, 여성, 노인 등 취업 취약계층에서 증가했다.

성인 남성의 경우 고용률이 90% 수준으로, 매우 높은 상황이므로 취약계층 중심으로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증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들이 다 정부가 만들어낸 일자리냐, 그렇지 않다.

절반 이상은 재정 일자리 사업과 관계없는 숙박음식업, 사업지원서비스업 등 시장 일자리이고 나머지 40% 정도가 재정 일자리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 해당한다.

노인 일자리 증가분의 약 40%를 창출하는 재정 일자리 사업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문제인데 정부가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노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 복지체계가 완비된 선진국에서는 노인이 일하지 않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노인이 일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그냥 돈을 받는 것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조금이라도 하면서 수입을 얻는 게 바람직한 면도 있다.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상당수의 노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해 노인 빈곤 대책을 위한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베이비붐 첫 세대가 65세가 됐다.

지금까지는 주로 60대 초반을 대상으로 노인 일자리 대책을 수립했지만, 올해는 연령대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 노동부가 최근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지만, 일각에서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한다.

▲ 국내 임금체계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성이 지나치게 강하다.

이에 따라 기업이 호봉 높은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해 조기 퇴직이 늘어나고 이는 사회 전체에 부담이 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공성을 완화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도 현재의 연공급 체계에서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정부에 임금체계 개편의 의지가 있느냐고 하는데 임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

정부의 역할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와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사가 임금체계 개편을 협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인프라를 조성해주는 것이다.

과거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추진해 많은 갈등이 생기고 결국 실현이 안 됐다.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며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할 것이다.

직무급이 대안이 될 수 있냐고도 하는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서 좀 더 공정한 방향으로 볼 수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인프라로 가장 중요한 게 임금 정보다.

시장에서 직무별로 어느 정도가 적정 임금인지 정보가 필요한데 기업이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수년 자료를 정리해 임금정보시스템에 올려 공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규모별로 경력과 직무 등에 따라 임금을 어느 정도 받는 게 적정한지 판단하기 쉬워질 것이다.
--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도급 금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대한 입장은.
▲ 산안법은 2018년 말 국회에서 진통을 거쳐 개정됐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것이다.

국회 논의 당시 도급의 전면 금지보다는 원청 사업주가 자기 사업장 내 모든 작업에 대해 재해 예방의 책임을 지는 체제를 구축하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개정법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노동계 등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고 사회적 논의도 이어질 것이다.

도급 금지 범위 확대 여부도 사회적 논의를 보면서 검토할 문제라고 본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제1 노총'이 된 것을 근거로 정부 위원회 근로자위원 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 정부 위원회 가운데 근로자위원이 홀수인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노동위원회처럼 조합원 수에 따라 근로자위원을 배정하도록 해놓은 곳도 있다.

정부 위원회 위원은 해촉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임기가 보장된다.

앞으로 신규 위원을 위촉할 때 위원회 운영 상황, 규정과 관행, 양대 노총 협의 결과 등에 따라 검토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조직 규모가 커진 만큼,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 채널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인 게 분명하다.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일자리위원회 등에는 참여하고 있다.

이런 경로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간담회 등 다양한 비공식 채널을 통한 논의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