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매체, 미일안보조약 엇갈린 평가 속 "종속심화에 우려"

아사히 "안보조약이 헌법보다 상위" 비판…"평화헌법 이념 계속 후퇴"
요미우리 "미일 동맹관계 안정적 기능 위한 자위대 역할 확대 " 주장
마이니치는 "미국 의존이 낳은 대미 추종 구도에서 벗어나야"

일본 주요 신문 매체는 19일 60주년을 맞은 미일 간의 신안보조약에 대해 매체 성향별로 다소 엇갈린 평가를 하면서 안보 분야에서 미국 종속이 심화하는 것에는 대체로 우려하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미일 신안보조약은 1960년 1월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 대통령의 서명으로 그해 6월 23일 발효됐다.

1945년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의 국제질서를 규정한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맞춰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기존 안보 조약을 대체한 신조약의 핵심은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양국이 함께 위험에 대처한다고 규정해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 조항을 넣은 것이다.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갱신된 이 조약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이 공격을 받아도 일본은 소니 TV로 지켜보면 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간 여러 차례 조약의 불공평성(편무성)을 거론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미군에 대한 기지 제공 의무 등을 거론하면서 양국 간에 균형이 잡힌 조약이라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좌파 성향인 아사히신문은 '안정과 가치의 초석으로'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본에서는 안보조약이 헌법보다 상위에 있다"며 과중한 미군기지 부담에 시달리는 오키나와(沖繩)현이 안보가 지켜야 할 가치가 안보라는 이름 아래 짓밟혀 온 현실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미소 냉전의 30년을 거쳐 포스트 냉전의 30년을 돌아볼 때 군사적 협력태세 강화와 반복되는 자위대의 해외파견으로 헌법 9조가 제시한 이념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며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 자체의 근시안적 판단이 안보 위험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패전한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만들어진 현행 일본 헌법의 9조(1, 2항)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평화헌법' 조항으로 불린다.

아사히는 이어 "국제질서 옹호자가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는 존재가 돼 버린 미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가 난제"라며 향후의 대미 관계에서 일본은 단순한 대변자가 되어서는 안 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면서 필요할 때 쓴소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사히는 결론적으로 중국의 군비 확장이나 북한 위협 등 일본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면 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안정된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를 지난 60년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 외교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은 '미일동맹 강화에 부단의 노력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 조약 체결 당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이 확대돼 일본이 전쟁에 휘말린다는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지만 조약 개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론을 폈다.

요미우리는 또 아베 총리가 정권에 복귀한 뒤 미·일 안보 조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한정 행사를 인정하는 안보 관련법을 만들어 미일 동맹을 다시 세운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미국과 동맹의 역할과 장래상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해 신뢰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이 신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미국의 방위 의무가 없는 것을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는 등 자국 제일주의가 미·일 안보 조약까지 겨냥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주일 미군 기지를 거점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미국 기업이나 국민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는 점을 들면서 비대칭의 협력 관계를 규정한 미일 신안보조약이 '편무적'이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요미우리는 그러면서 미일 동맹관계를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자위대 역할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사히, 요미우리와 함께 일본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마이니치신문은 '격동기에 적합한 동맹으로'란 제목의 사설에서 "미·일이 굳건한 관계를 구축해온 것은 함께 역할을 확대하고 상호신뢰를 높여왔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은 빗나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마이니치는 미·중·러의 역학관계가 흔들리고 격변기에 접어든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무엇보다 동맹을 다질 필요가 있고, 미국과의 동맹 유지·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겠지만 일본은 새로운 동맹 네트워크 만들기를 계속 주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이니치는 "미국 의존이 낳은 대미 추종 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며 중동 해역에 자위대 호위함을 파견하기로 한 아베 정부의 결정을 미국을 배려한 대표적인 추종 사례로 거론했다.

아울러 자위대의 해외파견에는 일본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며 안이한 운용은 평화주의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파 성향이 강한 도쿄신문은 '방패와 창 관계의 변질'이란 사설에서 "오랜 기간 방패였던 자위대가 (미·일 안보) 조약 개정 후 60년이 지나면서 전투하는 '군대'로 변질돼 미국의 분쟁에 휘말려들 위험성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안보조약에 따른 미일 동맹 관계를 무비판적으로 이어갈 것이 아니라 주일미군 규모는 적정한지 등 항상 검증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미·일) 동맹 발전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일 안보조약이 세계 안정의 공공재 역할을 했지만,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일본 국민이 자국 및 세계 평화를 수호하고자 하는 자립심과 기개를 잃은 것은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일 신안보조약이 성공한 안보조약이지만 미국 측이 지적하는 '편무성' 등 불안정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재개정을 논의할 때가 됐다며 '전수방위'(專守防衛)에서 '적극적 방위' 원칙으로 전환해 일본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