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암호통신 선두 韓, 투자 안 늘리면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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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 인터뷰“한국이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SKT, IDQ 인수하며 기술 선도
차세대 보안기술 양자암호통신
자율주행 등 상용화로 각광받아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SK텔레콤이 2018년 스위스 IDQ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암호통신 기술력을 확보했다.리보디 CEO는 “IDQ와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서울~대전 구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망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고, 관련 기술을 미국과 유럽에 수출해 세계 양자암호통신 시장 개척자로서의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럽 등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투자를 크게 늘리며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데이터 폭증하는 ‘슈퍼 시대’
리보디 CEO는 “5G와 사물인터넷(IoT) 도입으로 모든 게 연결되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슈퍼 시대가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HIS와 가트너의 전망을 인용해 “2026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300억 개의 사물(기기)이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의료, 스마트공장 등이 현실화하면 데이터는 물론 네트워크 보안에 필요한 양자암호통신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기존 컴퓨터는 0 과 1 중 하나의 정보만 가지는 비트(bit)로 연산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비트(quantum bit)를 활용해 초고속으로 병렬 연산한다. 129자리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일반 고성능 컴퓨터는 1600대로 8개월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한 대로 수시간 내 연산이 가능하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면 기존 암호체계는 모두 뚫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양자암호통신은 이를 막을 차세대 보안기술로 꼽힌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인 셈이다. 양자는 비눗방울처럼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제3자의 정보 탈취 시도를 재빨리 파악해 무력화하는 것이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기술이다.
“양자암호통신으로 서비스 차별화”미국과 중국, 유럽은 양자기술이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 미 의회는 5년간 12억달러(약 1조3900억원)를 양자기술에 투자하는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다. EU는 10년간 10억유로(약 1조2900억원)를 투자하는 퀀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초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중국 등에 비해 너무 작은 투자 규모”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과 IDQ는 양자암호통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리보디 CEO는 밝혔다. “(올해부터 세계 주요국이 도입하는) 5G 통신망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보안에 민감한 기업 간(B2B) 거래 고객들이 양자암호통신 도입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5G 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하면 다른 통신사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IDQ는 민간 공공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파트너사와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한 시범서비스를 하며 협업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올해 IDQ의 양자센싱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을 유럽 우주발사체기업 아리안그룹의 아리안6 로켓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양자암호통신뿐만 아니라 양자센싱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하고 계측하는 양자센싱 기술은 자율주행, 바이오(정밀의료),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IDQ는 양자암호통신뿐만 아니라 양자센싱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 양자컴퓨터
연산 능력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히 뛰어난 차세대 컴퓨터다. 구글은 최고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를 3분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 양자암호통신양자컴퓨터 상용화로 기존의 모든 사이버 암호체계가 뚫릴 가능성이 높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다.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으로 데이터 전송량이 폭증할 전망이어서 각국 통신사 등은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