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흑인 100만명을 유주택자로"…흑인 유권자 구애

100년 전 인종학살 지역 찾아 노예제 배상 연구지원 약속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고 19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AP와 dpa 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오클라호마주 북동부 도시 털사의 흑인 교회를 방문해 흑인 100만명이 새로 주택을 보유하고, 10만명이 기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를 위해 미국 내 최빈곤 지역 100곳에 700억 달러(약 8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 빈곤지역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 흑인 소유 은행에 대한 지원 확대 ▲ 차별 축소와 연계한 연방정부 주택자금 운용 등을 제안했다. 블룸버그의 이날 발표는 철저하게 민주당의 표밭인 흑인 유권자층에 맞춰졌다.

여기에는 뉴욕시장 시절 추진한 불심검문 강화 제도 때문에 흑인 등 유색인종을 차별했다는 비판의 꼬리표를 떼겠다는 목적도 깔려있다.

그는 미국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기념하는 '마틴 루서 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약 100년 전 '털사 인종학살'이 발생한 곳에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털사 인종학살은 1921년 당시 흑인 자산가가 많이 살아 '블랙 월스트리트'라고 불리던 그린우드 지역에서 발생했다.

흑인 소년이 백인 여성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는 흑인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소문으로 퍼졌고, 곧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동을 불러왔다.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인 큐 클럭스 클랜(KKK)은 흑인 상점을 약탈하고 시내 곳곳에 불을 질렀고, 흑인 수백명이 사망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차기 대통령은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이 문제를 얘기하기에 바로 여기 그린우드만큼 더 좋은 장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구상을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계획이자 흑인 사회에 기회와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dpa 통신은 블룸버그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배상과 유사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노예제, 소작제 등의 착취는 계획한 대로 정확히 작동했다. 수백 년간 미국은 체계적으로 흑인의 생명과 자유, 노동력을 빼앗았다"며 흑인 노예제에 대한 배상 여부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