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첫 발 뗀 영등포…50년 묵은 '빈곤 악순환'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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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개발…주거·상업·복지타운 탈바꿈영등포역 뒷편 쪽방촌의 변신이 시작된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가 손잡고 공공임대주택사업을 진행, 주거·상업·복지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영구임대·행복주택 등 1만 2000호 공급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 사실상 최초 도입
영등포 포함 전국 10개 쪽방촌 단계적 정비 예정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20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열린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동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사업시행자로 참여한 영등포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영등포 쪽방촌 정비'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정비사업에는 무료급식·진료 등을 통해 쪽방 주민을 지원하고 있는 민간단체도 참여한다.
현재 영등포 쪽방촌에는 360여명이 거주 중이며, 월 평균 22만 원의 임대료를 내고도 단열, 단음, 난방 등이 취약하고 위생상태도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있다. 현재 쪽방촌 3.3㎡ 단위 임대료는 월 10만∼20만원 수준으로 강남의 고급주택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쪽방문제 해결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 등이 추진됐지만 노후도가 높아 효과가 미미했고, 쪽방 개량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존 주민이 쫓겨나고 새로운 쪽방 주민이 유입되는 등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와 관련 영등포구청은 쪽방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쪽방촌 정비를 국토부에 건의했고, 국토교통부·서울시·영등포구·LH·SH는 TF를 구성해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 했다.
그 결과 영등포 쪽방촌 정비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추진된다. 쪽방은 철거하고 쪽방 일대 총 1만㎡ 부지에 쪽방 주민들이 재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 등 총 1만 2000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사업구역은 2개 블록으로, 복합시설 1에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를, 복합시설 2에는 분양주택 등 600호를 공급한다. 아울러 영구임대단지에는 쪽방 주민들의 자활·취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를 도입해 그동안 주민들을 위해 무료급식·진료 등을 제공한 돌봄시설도 재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행복주택단지에는 입주민과 지역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 도서관, 주민카페 등 편의시설도 설치된다.
사업 진행은 '先이주 善순환'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업기간 중에도 쪽방주민과 돌봄시설이 지구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복안이다. 지구 내 우측에 기존건물 리모델링 등 先이주단지를 조성해 쪽방주민이 임시거주할 수 있도록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돌봄시설과 함께 영구임대주택으로 이주한다는 것.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주민의견 수렴 등 관련절차를 거쳐 오래 하반기 지구를 지정하고, 2021년 지구계획 및 보상에 이어 2023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쪽방촌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고 쾌적한 공간을 현재의 2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영등포를 포함 △서울 5곳 △부산 2곳 △인천·대전·대구 각 1곳 등 전국 10개에 이르는 쪽방촌을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적용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나머지 4개 쪽방촌 중 돈의동 쪽방촌은 도시재생사업(새뜰마을사업)과 주거복지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며, 서울역·남대문·창신동 쪽방촌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쪽방촌 재입주 공공임대주택을 포함해 행복주택도 만들어서 청년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영등포는 종로, 강남에 이어 서울의 3획 중 하나로 신안산선이 들어오는 핵심지역"이라면서 "개발로 인해 그동안 살던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