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새해 시정연설서 국회차원 개헌 논의 촉구

중국과 '성숙한 관계' 구축 등 외교정책 방향 제시
"2030년 연간 6천만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
'전 세대형 사회보장제도' 실현 위한 개혁 추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일 "나라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 헌법"이라며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거듭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원한 제201차 정기국회(중·참의원)에서 시정방침 연설을 통해 개헌 추진 문제와 관련, "미래를 향해 어떤 나라를 지향할지, 그 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이라며 "국회 헌법심사회의 장에서 함께 그 책임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에 중·참의원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말까지인 자신의 집권 자민당 총재 임기 중에 헌법 개정을 이루겠다는 뜻을 밝혀 왔지만, 야권이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가 아베 총리 주도의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국 안보는 자국의 능력으로 지켜야 한다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하는 아베 총리는 군(軍) 수준의 전력을 보유한 자위대의 근거 조항을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갖지 않는다고 규정한 기존 헌법(9조 1,2항)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아 논란을 낳고 있다.

일본이 헌법 조항을 바꾸려면 양원제 의회인 중·참의원에서 각각 전체의원 3분의 2 이상의 발의를 거쳐 국민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개헌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집권 자민당은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 등과 함께 중의원에선 3분의 2 이상의 개헌 지지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는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여야 간 협의를 통한 추진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후 첫 번째인 2013년 시정연설을 통해 헌법심사회에 개헌 논의를 촉구한 이후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지만 아베 정권 주도의 개헌 추진에 부정적 여론이 우세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8∼19일 18세 이상 유권자가 있는 가구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집권 중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7%를 차지해 찬성 의견(33%)보다 훨씬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17∼19일 조사에서도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에 49%가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기대한다'는 응답은 45%에 그쳤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시정연설에서 "적극적인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전후 외교를 총결산해 새로운 시대의 일본 외교를 확립하겠다"며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중국과의 성숙한 관계 구축 등을 올해의 주요 외교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담은 양국 간 신안보조약이 체결된 지 60년이 된 점을 거론하면서 "미일 동맹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평가한 뒤 억지력을 유지하며 오키나와(沖繩)의 미군 기지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중동 해역에 해상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에 대해선 "중동지역의 긴장 완화와 정세 안정화를 위해 일본만이 할 수 있는 평화외교를 펼치겠다"면서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일본으로서는 자위대의 정보수집 태세를 갖추고 일본 관계 선박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외경제 부문의 과제로는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하는 영국과 조속한 통상협상을 시작하고, 동아시아 역내포괄적경제연대협정(RCEP)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점 등을 들면서 '자유무역의 기수'로 21세기의 경제질서를 세계 무대로 넓혀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국내적으로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규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며 제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이후를 보면서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정비해 2030년에는 연간 6천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실현토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직면한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대책과 관련해선 "인생 100년 시대의 도래는 큰 기회"라며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에게 70세까지 취업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을 펴는 등 모든 세대가 안심할 수 있는 '전 세대형 사회보장제도'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