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했던 신동주-신동빈, 부친상 계기로 일단 '화해' 모양새

관계 개선 관측도…향후 신동주 행보가 변수 될 듯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반목했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얼굴을 마주했다.두 형제는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신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하며 장례 이틀째인 20일에도 조문객을 맞았다.

전날 부친의 임종도 함께 지켰다고 한다.

신 명예회장이 별세한 당일 저녁에는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일가족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초례(장례를 시작하고 고인을 모시는 의식)를 함께 치렀다.지난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사이가 멀어졌던 터라, 형제가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모처럼 창업주의 일가가 모인 모습을 롯데그룹은 사진으로 공개했다.

두 사람은 지난 1년 3개월 동안 서로를 외면했다.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이후로 개인적으로도, 공식 석상에서도 만난 일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명예회장은 두 아들의 화해를 결국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부친의 별세를 계기로 갈등을 봉합해가면서 물리적 거리를 좁힌 모양새여서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일각에서는 두 형제의 앙금이 조금씩 풀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롯데 일가가 오랜만에 모인 데다 장례를 치르려면 형제간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일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을 기대할 만큼 상황이 달라진 게 아니라는 지적도 따른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계속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 신동빈 회장에게 일본 롯데는 신 전 부회장 본인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하고 형제간 분쟁을 멈추자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가족 모임에도 초대했다고 언론에 알리기도 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시도를 진정한 화해보다는 경영권 복귀를 위한 의도로 본 것이다.오히려 형제간 끈이 됐던 부친이 이제 부재한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 요구를 멈추지 않는다면 관계 개선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