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앙상블상 수상 후 "할리우드에 기생하게 돼 민망"(종합)
입력
수정
'기생충' 외국어영화로는 처음으로 앙상블상 수상
할리우드 배우들이 뽑은 최고 영화 인정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엔 "가보면 알 지 않을까"
영화 '기생충' 출연진들이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인정받은 기쁨을 드러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오디토리엄에서 진행된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SAG)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앙상블상 후보로 외국어영화가 후보에 오른 것은 1998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21년 만이며, 수상까지 이어진 건 '기생충'이 최초다. 시상식 이후 외신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송강호, 이정은,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과 봉준호 감독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선균은 "할리우드에 기생하게 돼 민망하다"며 "이번 저희 영화를 통해서 사업과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같이 상생하고 공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센스있는 소감으로 웃음과 박수를 동시에 자아냈다.
영화가 전세계 호응을 얻은 이유에 대해서 송강호는 "어느 사회든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힘들게 사는 사람과 환경이 좋은 사람이 항상 공존한다"며 "아무리 한국 영화라도 모두 공감할 수 잇는 소재라 소통할 수 있었던거 같다"고 말했다.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앙상블상을 받으면서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앙상블상은 배우 전체가 뛰어난 연기를 펼치는 작품에 주어질 뿐 아니라 SAG 시상식 투표에 참여한 할리우드 배우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
더욱이 '기생충'은 이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원스 어폰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비롯해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연출자인 봉준호 감독은 담담한 이날 시상식 수상 그 자체에 기쁨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 레이스를 진행 중이지만 아카데미 수상 예측을 떠나서 배우들의 투표로 상을 받은 거라 더 기쁘다"며 "배우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라는 앙상블을 인정받은 기쁨이 가장 크다. 오스카는 모르겠다. 가보면 알 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기생충'이 아시아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거 같다"는 칭찬에 캐나다 교포인 최우식은 능숙한 영어로 "아시아엔 많은 전설적인 영화들이 있다"며 "다음해, 그 다음 해에 많은 영화들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이후 시상식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국영화 최초로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오는 2월 27일 진행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각본상, 미술상까지 주요 부문 총 6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