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급 지방정부들, 새해 성장률 목표치 잇따라 하향조정

성급 정부 3분의 2, 올 성장률 목표치 작년 성장률 보다 낮게 책정
어려운 경제여건 반영…중앙정부의 '통계 부풀리기' 근절 의지 반영

중국의 31개 성(省)·시(市)·자치구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새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작년 성장률보다 낮춰 잡았다. 20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31개 성급 지방정부 가운데 21개 성급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에 비해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베이징(北京)시는 지난해 GDP 성장률이 6.2%였으나, 올해는 목표치를 6%로 낮춰 잡았다.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광둥(廣東)성은 올해 GDP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성장률 6.3%보다 낮은 6%로 설정했다. 광둥성의 2019년 GDP는 10조5천억달러에 달했다.

급성장하던 일부 지역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몇년 새 투자가 급증했던 구이저우(貴州)성의 경우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 성장률 9%보다 낮은 8% 수준으로 책정했다. 랴오닝(遼寧)성과 충칭(重慶)시를 포함한 7개 성급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잡았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 성장률 보다 높게 설정한 성급 정부는 톈진(天津)시가 유일했다.

텐진시는 작년 성장률이 4.5%로 저조했는데, 올해는 목표치를 5% 수준으로 다소 높였다. 이밖에 쓰촨(四川)성과 윈난(雲南)성은 아직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의 성급 정부는 인민대표대회를 거쳐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발표한다.

중국 성급 지방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하고 속도 보다는 질을 중시하겠다는 중앙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작년 성장률 6.1%(잠정집계) 보다 낮은 6%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향 책정에는 '통계 부풀리기'를 막겠다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이 승진 등을 목적으로 경제통계를 조작하는 행위가 사라지지 않자 엄격한 관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각급 지방정부의 경제 통계 조작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관련 공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