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잡은 회 당일배송…'수산물 유통' 판 흔드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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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어·활어 회 온라인 판매 시대수산물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결제에서 배송까지 이틀 정도 걸리던 온라인 시장에선 좀처럼 취급하지 않았다. ‘횟감은 시장에서 눈으로 보고, 골라 먹어야 한다’는 인식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어부·어종 선택해 주문
주문받아 어획하는 공유어장
배송까지 2~3주 걸려도 인기
안 될 것 같던 수산물 온라인 판매 시장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포장 기술의 발전과 배송 시간 단축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산소 포장, 아이스팩, 택배용 박스 등이 보편화하면서 여름에도 신선한 수산물을 24시간 이내에 배송할 수 있게 됐다.어부 선택하는 ‘공유어장’
‘공유어장’은 독특한 사업 모델로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유어장 홈페이지에서 상품이 아니라 어부와 어종을 먼저 고른다. 예컨대 ‘경북 울진 죽변항에서 35년째 통발 조업을 하는 어부 이모씨. 목표 어종은 대게’를 클릭한 뒤 결제하는 방식이다. 어부가 나오는 동영상도 볼 수 있다. 경남 거제, 충남 홍성, 강원 고성, 전남 완도, 제주 등 전국 각지의 어장 14곳이 들어와 있다.
어부들은 각자 접수된 주문 건수를 모아 출항에 나선다. 어획한 수산물은 24시간 내 소비자에게 포장 배송한다.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는 대신 기다려야 하는 건 불편한 점이다. 결제한 뒤 배송까지 2~3주 정도 걸린다. 가격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시세가 기준이다.공유어장을 창업한 유병만 대표는 아주그룹 요트렌털사업부에서 일하며 바다를 접했다. 그는 “어부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위판장을 통한 거래에선 유통비용이 높아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1차 생산자인 어부와 최종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잡은 회 저녁 식탁에”
공유어장과 같은 독특한 사업 모델이 나온 것은 몇몇 스타트업들이 그동안 온라인 수산물 판매 시장을 키워온 덕분이다.
‘진해만어부’는 경남 진해만에서 30여 년간 어업에 종사해온 김용수 대표가 2015년 말 온라인을 통해 횟감을 팔면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밤 12시까지 주문을 받은 뒤 진해만 일대에서 새벽에 조업해 횟감을 손질한다. 늦어도 오전 11시엔 진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상품을 실어 서울로 보내면 남부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는 진해만어부 직원이 수령하고, 이를 다시 퀵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서울과 근교 지역 소비자들은 오후 6시까지 전날 밤 주문한 수산물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1~2년 전부터 수산물을 다루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늘면서 시장이 커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소비자의 온라인 주문을 오프라인 수산물 업체와 연결하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오늘식탁이 운영하는 수산물 온라인 쇼핑몰 ‘오늘회’는 상품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강점이다. 24곳의 수산업체와 제휴해 67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제주 딱새우회, 흑산도 붕장어회 등 오늘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연산 회를 당일 배송한다.위메프, 마켓컬리 등 e커머스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김재현 대표가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3년여간 KTB네트워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0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개척지로 여겨졌던 온라인 수산물 유통 시장에서 몇몇 스타트업들이 성과를 내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공판장 외에 별다른 판로가 없었던 어부들의 판로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