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6년' 임기제한…임원 후보 '체납사실'도 검증

상법 개정안 시행령, 공포 후 즉시 시행…상장사 주총 내실화 방안도 마련
과잉 규제 논란을 빚고 있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3월 주주총회부터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법무부 등에 따르면 앞으로는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서는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일할 수 없게 된다.

또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현행 2년)을 넘어야 상장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있다.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이에 따라 오는 3월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상장사마다 사외이사 찾기로 바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560개 이상 기업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바꿔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상법상 상장사는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때 이외에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3명 이상이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법무부는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는 경우 이사회에서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령상 사외이사의 결격 사유가 다소 미흡해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 작업을 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과잉 규제이며, 기업 경영에 외부 개입이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으로 얻는 사회 전체적 이익이 크며 경영계 의견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갑자기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게 아니며 2018년부터 하위 법령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했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매년 기업당 신규 사외이사 수가 평균 1.3명이라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를 더 많이 뽑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이사나 감사 등 임원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를 공고할 때 임원 후보자의 정보 공개 범위도 늘어난다.

법무부는 임원 후보자에 대한 충실한 검증 기반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후보자와 대주주와의 관계, 후보자와 회사의 거래내역 등 후보자-회사 간 정보만 공고돼 후보자의 적격성을 판단할 정보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앞으로는 체납 사실, 부실기업 임원 재직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여부 등도 공고된다.

또 주총 전 주주에게 회사의 재무 성과 내용을 충분히 제공하고, 주주가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전자 투표 때 본인 인증 수단을 다양화하는 등 상장사의 주총 내실화를 위한 작업도 이뤄졌다.

법무부는 주총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도 함께 제공하도록 해 주주가 주총 전에 회사의 성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자 투표를 할 때는 본인인증 수단을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인증 등으로 다양화하고, 전자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투표 기간에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 밖에도 전자 투표 인터넷 주소 등을 알지 못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인터넷 주소와 전자 투표 기간을 주주들에게 사전에 별도 통지하도록 했다.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도 강화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