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던 미국 민주 대선주자들, '킹목사의 날' 팔짱끼고 휴전

샌더스·워런은 설전 접고 악수…흑인표심 겨냥해 트럼프 비판 한목소리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서로 으르렁대던 경선 주자들이 20일(현지시간)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을 맞아 잠시나마 휴전의 시간을 가졌다. A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추모 행사에 총출동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경선 주자들은 이 자리에서 어깨를 맞댄 채 팔짱을 끼고 행진했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2월 3일)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후보들은 최근 날 선 비방전을 전개하기도 했지만, 이날만큼은 킹 목사의 정신을 되새기며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샌더스, 워런 의원은 지난주 여성의 대통령 자격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감정이 상한 워런 의원이 샌더스 의원의 악수 요청을 뿌리치기까지 했지만, 이날 행사에선 서로 악수를 하는 "휴전"을 연출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선 "미국의 인종적 분열을 초래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에 산소를 공급했다"고 비판했고, 워런 의원은 "미국은 트럼프의 암흑기를 빠르게 지나갈 준비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샌더스 의원은 집회 참석자들에게 킹 목사의 유지를 따라 단결하자고 호소했고, 흑인 대선주자인 패트릭 전 주시자는 "민권운동 기간에 이뤄진 진전이 트럼프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오와 등 조기 경선주를 건너뛰고 슈퍼 화요일(3월3일)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아칸소주 리틀록 센트럴 고등학교 인근에서 진행된 킹 목사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학교는 1951년 흑인 학생 9명이 차별조치에 반대하며 민권운동을 전개한 곳이다.
이처럼 민주당 주자들이 빠짐없이 킹 목사 기념행사에 집중한 것은 흑인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흑인은 민주당 예비경선 유권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슈퍼화요일 직전인 다음달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비중은 3분 2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