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슈가와 '커플템' 획득 도전기 (feat. 스타벅스·BTS MD 구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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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방탄소년단 협업한 MD 상품 판매케이스마저 예쁜, 보라빛 영롱한 키링을 손에 넣기 위해 오전 6시 30분 오픈 시간에 맞춰 스타벅스를 찾았다. 내가 1번이라는 기대를 살짝 했지만, 이미 내 앞에 7명이 있었다. 역시 방탄소년단, BTS였다.
새벽부터 줄 서서 사는 사람들
스타벅스 "MD 수량 1인1개씩 제한"
'플미충' 매장마다 옮겨 다니며 구매
1만 원 이상 비용 추가해 재판매
21일부터 스타벅스 코리아와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손잡고 출시한 음료 1종, 푸드 5종, 상품 6종 판매가 시작됐다. 스타벅스는 MD 상품을 한정된 수량만 제작해왔던 만큼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을 얻기 위한 눈치 작전은 시작 전부터 치열했다. 더욱이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미국 일정차 18일 출국하던 길에 출시도 안된 키링을 가방에 하고 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전국의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기자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이 시간에 줄을 선다고?
상품 출시일 오전, 스타벅스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 구매에 도전했다. 스타벅스는 각 매장마다 오픈 시간이 다르지만, 자택 인근에서 가장 빠른 시간인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여는 스타벅스 여의도점을 찾기로 결정했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 체감 온도 영하 9도의 강추위를 뚫고 매장에 가면서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나만 사러가는 게 아닐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매장 오픈 시간에 딱 맞춰 갔지만 앞에는 7명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채 5분이 되기 전에 뒤로 6명이 더 줄을 섰다."방탄소년단 협업 제품 전용 칸에 전시된 제품이 다 팔리면 더 이상 재입고는 없다"는 게 점원의 설명이었다. 득템을 했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순간이었다.1명당 종류당 1개씩만 살 수 있다는 안내문과 함께 점원이 서서 상품 구매를 도왔다. 이 점원은 "원래 이 시간에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는다"며 "오늘은 방탄소년단 상품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문 열기 전에도 4명의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키링과 파우치 구매까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진열대를 가득 채웠던 상품 중 3분의 1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 오전 내 매진이 분명해 보였다. ◆ 구매하는 이유는 달라도…
상품 뿐 아니라 방탄소년단 시즌 음료까지 주문하는 팬들도 여럿이었다. 주문을 마친 팬들은 자리에 앉아 즉석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스타벅스BTS'란 해시태그로 SNS에 검색해 보니 이른 시간에도 실시간으로 구매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었다.
팬들만 줄을 서서 상품을 구매한 건 아니었다. 기자 바로 앞에 줄을 섰던 중년 여성은 키링을 구매한 후 자신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매장을 나섰다. "딸을 위해 새벽부터 매장을 찾았다"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30대 김 모 씨는 "평소에 스타벅스 한정판 텀블러나 상품을 모으는 게 취미"라며 "오늘도 방탄소년단 새 상품이 나온다고 해서 수집 목적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한 중년 남성은 구매한 상품을 담은 캐리어를 끌고 스타벅스를 나섰다.◆ "수고비로 1만원은 얹을게요"
BTS와의 컬레버레이션이 화제가 되자 온라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플미충', 상품을 구매해서 프리미엄을 얹어서 파는 리셀러들도 속속 등장했다.
실제로 판매일 첫날 점심시간이 되기 전, 이미 인근 스타벅스에서 상품이 동나 "스타벅스 방탄소년단 상품을 갖고 싶다"는 SNS 게시물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이 "수고비 1만 원만 얹었다", "새 제품 양도, 내고가능" 등의 글이었다. 제품을 구매해 고가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파는 것.
대부분의 팬들은 분노했다. 높은 이윤을 붙여 팔기 위해 물건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사람들에게 '벌레'라는 의미를 붙여 '플미충'이라 부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팬들은 "구매하고 몇 분 만에 양도할꺼면 왜 샀냐", "미리 사재기를 안했음 수고비를 안줘도 된다" 등 분노를 토로했다. 방탄소년단과 스타벅스의 협업 상품 수익금 일부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청년 자립 프로젝트' 후원에 쓰인다. 하지만 '양도'라는 이름으로 고가의 프리미엄을 얹어 파는 행위는 제품의 기획의도와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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