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랑스 '디지털세 갈등' 일단 봉합…대서양 무역전쟁 한숨 돌렸다

마크롱 "트럼프와 좋은 대화"
백악관 "협의안 도출에 합의"
연말까지 부과 연기하기로

美 보복 위협에 佛 한발 양보
OECD서 조세규범 협상 계획
EU 과세 의지 강해 난항 예상
미국과 프랑스 간 디지털세 갈등이 일단 ‘휴전’에 들어간다. 프랑스는 연말까지 디지털세 부과를 연기하고, 미국은 보복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대서양 무역분쟁의 불씨가 당장은 잦아들게 됐다는 평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디지털세와 관련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프랑스와 미국은 어떤 관세 인상도 피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디지털세에 대한 협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양국은 세금 공세를 일단 접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미국 관료를 인용해 “프랑스는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를 미루고, 그 대가로 미국은 보복 관세를 1년간 연기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보복 관세에 대한 EU의 재보복 관세안도 보류되게 됐다.

미국과 프랑스는 세금 유예 기간 디지털세 관련 협상을 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 관련 국제조세 원칙과 세부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프랑스는 OECD에서 디지털세 국제 규범이 나오면 자국의 독자적 디지털세제를 OECD 합의안으로 대체할 방침이다.미국과 프랑스는 작년부터 디지털세를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 프랑스는 작년 7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세를 공식 도입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에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 총매출의 3%를 과세하는 제도다. 프랑스는 글로벌 IT 공룡들이 유럽 전역에서 큰 이익을 내면서도 자국에 본사가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자 미국은 프랑스 정부가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미국 기업을 공격한다고 반발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디지털세를 통해 구글 등으로부터 4억5000만유로(약 5830억원) 세수를 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4억달러(약 2조8044억원)어치 프랑스산 수입품 63종에 대해 최고 100%의 추가 관세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미국이 관세 보복에 나서면 자국 내 미국 IT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EU 차원에서도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양국은 지난 7일부터 협상을 벌였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미국의 판정승이란 평이다. WSJ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력에 프랑스가 한발 물러났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디지털세가 미국과 EU 간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프랑스는 최근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협상이 완료되면서 EU가 미국의 집중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중 무역합의가 미국과 유럽엔 새 긴장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도 휴전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고 오는 11월 대선이 있어 무역전쟁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