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협상, 어떻게 하십니까?
입력
수정
지면A32
김선재 < 배재대 총장 president@pcu.ac.kr >“협상(negotiation)을 잘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깜짝 놀라는 게 정상일 것이다. 사람들은 매일 협상하며 살면서도 이런 질문에는 익숙지 않다. 우리는 가게에서 물건값을 흥정하고 식사 메뉴를 정한다. 다른 부서 사람과 업무 협의를 하고 외국 기업과 비즈니스 협상을 한다. 이뿐인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외국 정부와 통상협상을 수행한다.그렇다면 협상이란 무엇일까? ‘상호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둘 이상의 당사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갈등과 의견 차이를 줄이거나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상호작용 과정을 거친다. 커뮤니케이션은 음성언어보다 표정, 몸동작, 눈 맞춤, 침묵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
음성 및 비언어적 인식 차이로 협상 과정에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불평이 나올 수 있다. 공감능력이 부족해 답답하다는 불평이다. 왜 그럴까? 혹시 경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협상에서는 적극적인 경청이 필요한데, 상대가 공감하지 못하면 신뢰성이 훼손되고 만다.메시지가 명시적이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전화통화 중에 상대방이 “언제 한 번 만나 식사나 하자”고 할 때 진짜 같이 밥 먹고 싶다는 말일까? 눈치가 능력을 앞서는 사회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본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은 인간관계가 고충이라고 토로할까.
누가 협상하느냐에 따라 기업 성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이 한 해 동안 437대의 판매실적을 달성했고, 한 보험설계사는 하루평균 15건의 계약실적을 올렸다는 기사를 봤다. 기업에 협상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반복되는 게임이라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한 ‘협조식 전략’ 사용이 바람직하다. 협상은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니라 셋이 되는 게임이다. 월드컵 결승전처럼 한 편이 이기고 상대방은 지는 경쟁식 게임이 아니라, 참여자가 모두 승리(win-win)하는 게임이다.더 이상 협상을 두려워하지 말자. 협상은 과학인 동시에 종합예술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협상이 필요한 시대다.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상대방이 나를 신뢰할 때 협상 만족도가 커져 조직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협조식 협상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