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선 입항막은 이탈리아 극우정치인 직권남용으로 처벌 위기

상원 위원회, 살비니 면책특권 박탈 권고…내달 상원 전체 표결로 결정
최대 징역 15년형 가능…살비니 "당당하게 법정 나갈 것"
이탈리아 정계 최대 '뉴스메이커'인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가 국제구호단체의 난민선을 입항 금지한 과거 전력으로 법정에 설 위기에 놓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관련 사안을 다루는 상원 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밤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을 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소멸시키는 방안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살비니는 2018년 6월부터 1년 2개월가량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이전 연립정부에서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며 강경 난민 정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사안은 그가 작년 7월 131명의 아프리카 이주민이 탄 국제구호단체 난민선의 입항을 저지해 일주일가량 지중해 해상에 발을 묶어놓은 일에 대한 것이다. 살비니는 당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됐으나, 검찰은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 어렵다며 기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살비니를 법정에 세우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왔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상·하원의원들의 직무와 관련 발언 등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면책특권을 인정한다. 의원을 법정에 세우려면 상원 표결을 통해 면책특권을 소멸시켜야 한다.

이번 상원 위원회의 권고 결정에 따라 다음달 상원 전체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살비니의 면책특권 효력이 소멸되려면 최종적으로 상원 표결에서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살비니가 재판을 거쳐 유죄를 인정받으면 최대 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살비니는 작년 3월에도 아프리카 이주민 170명이 탄 난민선 입항을 봉쇄한 건으로 면책특권 박탈 위기에 놓였으나 상원 전체 표결에서 찬성표가 3분의 2 문턱을 넘지 못해 기사회생했다.

반난민 정서 속에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여 지지율을 끌어올린 살비니는 상원 위원회 결정을 오히려 반기는듯한 모습이다.

법정에 서서 반난민 정책을 옹호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재각인시키는 게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는 상원 위원회 결정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법정에 나갈 것", "그들(법원)이 나를 체포한다면 우리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감옥이 필요할 것"이라는 등의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정계에선 상원 위원회의 면책특권 소멸 권고 결정이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26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에 나온 점에 주목하며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상원 위원회 권고가 살비니에 대한 동정 표심을 자극해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에밀리아-로마냐는 1948년 공화정 수립 이래 줄곧 좌파가 우위를 점해온 지역으로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한 중도좌파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하지만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급속히 세를 불리며 현재는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이 선거 결과에 따라 연정 기반이 탄탄해지느냐, 붕괴 수순으로 가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