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불피해 구상권 행사 방침…이재민 반발

강원 고성 산불피해에 대해 정부가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재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2일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회(고성비대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고성지역특별심의위원회(특심위)에 관련법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전해왔다. 행안부의 이번 입장 전달은 고성지역 이재민 산불피해 보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특심위가 이재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달 초 정부에 구상권 의사 철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입장에는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상을 염두에 두고 개인정보 제공·활용 동의서를 한전에 제출한 수많은 고성지역 이재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이재민은 "정부의 구상권 행사 방침이 알려지며 이재민들은 혼란에 빠졌다"며 "한전에 제출한 정보제공 동의서를 회수해야 하는지 그대로 둬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구체적인 계획 없이 막연히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정부의 구상권 행사 방침은 보상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산불이재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특심위에 참가했던 노장현 고성비대위위원장은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하는 즉시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보상 문제 해결도 길어지게 마련"이라며 "이는 이재민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방침을 전달받은 다음 날 행안부를 항의 방문 했으나 구상권에 대해 아무도 속 시원히 해명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구상권 행사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 지원금은 말 그대로 지원금"이라며 "정부가 한전을 대신해 지급한 배상금이 아니어서 구상권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원 당시 이재민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는 통보도 없었기 때문에 구상권 행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지역 이재민들은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구상권 행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한전은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한 금액을 제외한 부분만 이재민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결국 이재민들이 수령하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특심위가 의결한 보상 요율(손해사정 금액의 60%)을 넘을 경우 초과 부분은 토해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특심위는 이달 초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구상 의사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