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조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한 분"

울산 선영에 영면

22일 잠실 롯데홀서 영결식
유가족·친지 등 1500명 참석
이홍구·반기문 추도사 이어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가 22일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롯데 별장에서 치러졌다. 장손인 신정열 씨가 든 신 명예회장의 영정 뒤를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부터)과 그의 장남 신유열 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22일 고향 울산 울주군 삼동면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창업한 그는 7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기업은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고인의 뜻은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어받게 됐다.

지난 19일 타계한 신 명예회장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6시께 장례식장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러졌다. 운구는 영결식장인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로 향했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아들 신정열 씨가 영정을 들었다. 차남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뒤따랐다. 고인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신동주 회장, 신동빈 회장,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도 운구 뒤에 섰다.영결식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아버지는 우리나라를 정말 많이 사랑하셨습니다”는 말로 운을 뗐다. “타지에서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했을 때도 조국을 먼저 떠올렸고, 기업이 조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배웠다”며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열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혐의, 경영권 분쟁 등 수많은 악재를 최근 한꺼번에 겪은 그가 롯데의 ‘새로운 도약’을 선친에게 약속하는 듯했다.

가족을 대신해선 신동주 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자신의 분신인 롯데 직원들,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 힘썼다”며 “여러분의 따뜻한 위로와 방문에 선친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예 장례위원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을 “국가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토양을 일군 개척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생을 오로지 기업에 몰두하셨으니, 이제 그 무거운 짐을 털어내고 평안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또 다른 명예 장례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추도사는 신영일 아나운서가 대신 읽었다. 반 전 총장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발인을 보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열정과 도전의 일념으로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보여줬다”며 “그 업적을 바탕으로 세계 11위 경제 대국을 만들 수 있었고, 세계에서 일곱 나라밖에 없는 ‘30-50 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업적을 평가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는 고인의 염원이 담긴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았다. 주변 인도에선 롯데 임직원 수백 명이 나와 그를 추모했다. 운구차는 장지인 신 명예회장의 고향 울산 울주군 선영에 오후 2시께 도착했다. 가족과 임직원이 노제를 또 한 차례 지냈다. 고향 주민들도 나와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그렇게 자연으로 다시 돌아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