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특허심판원 정정결정, 재심사유 안돼"…기존 판례 변경

소송 절차 반복되는 '캐치볼 현상' 지적…분쟁 처리 빨라질듯
특허심판원 결정을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허심판이 해당 결정을 정정했다고 해도 법원의 재심 사유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특허심판원의 정정 결정이 법원의 재심사유로 인정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A사가 "특허 등록을 무효로 해달라"며 B사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특허심판원의 정정 심결이 확정되더라도 민사소송법이 정한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때"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사는 지난 2015년 12월 방충망 관련 특허권을 갖고 있는 B사에 대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으므로 진보성이 없다"며 등록무효 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A사는 1심 기관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며 심판 청구를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항소심 격인 특허법원이 "진보성이 부정된다"며 결론을 뒤집자 이번엔 B사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B사는 상고 직후 특허심판원에 특허발명 청구범위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정정심판을 청구했고, 이 같은 정정심판이 받아들여지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됐으므로 재심사유가 발생했으니 원심을 파기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상고심에서는 특허심판원의 정정결정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사소송법은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기타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 재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허 결정은 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법원은 특허 소송의 절차가 반복되고 늘어지는 '캐치볼 현상'을 지적하며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 종결 후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 원인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사실심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은 "B사의 특허발명은 진보성이 인정된다"며 진보성을 부정한 원심 판단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대법원은 정정심결 확정을 상고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향후 특허소송의 사실심에서 집중적인 심리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특허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