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상원 트럼프 탄핵 심판…규칙·증거 놓고 종일 힘겨루기

상원 장악 공화, 민주 수정안 요구 퇴짜로 실력 과시…하원 수모 설욕
"공화, 10일내 완료"…22일 변론 돌입, 이르면 이달 31일 탄핵표결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이 21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상대로 첫날부터 심리 진행을 위한 규칙 및 증거 채택 문제를 놓고 하원의 탄핵소추위원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하원에서 민주당에 당한 '수모'를 설욕이라도 하듯 민주당의 요구를 퇴짜놓으며 실력과시에 나섰다.

심판 시작 시작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부터 탄핵심판 규칙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 간 공방이 이어졌다. 전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안에 따르면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22일부터 각각 이틀간 24시간씩 변론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상원심판이 매일 오후 1시께로 예정된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12시간씩 써도 자정을 넘기는 셈이라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매코널 원내대표의 안에 대해 "(심리를) 가능한 한 서두르고 증거 확보를 가급적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새벽 2시나 3시까지 (변론이) 이어지게 해 미국인들이 못 보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반발과 공화당 내 온건파의 설득이 먹혔는지 매코널 원내대표는 막판에 안을 수정했다.

양쪽에 주는 변론 기간을 이틀에서 사흘로 늘려 하루에 쓰는 시간을 8시간 정도로 줄일 수 있게 한 것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같다고 공화당은 주장했다.
그러나 탄핵심판의 규칙과 증거채택 문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 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존 로버트 연방대법원장의 주재로 시작된 이날 심리에서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모두발언에서 "유일한 결론은 대통령이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위원단을 이끄는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지를 설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증거가 이미 차고 넘치기는 하지만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추가 증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상원 탄핵심판에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생각이지만 공화당은 가급적 심리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매코널 원내대표의 안에 대한 일련의 수정안을 가지고 회의장에 들어섰지만, 과반을 점한 공화당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탄핵 추진의 근거가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백악관 기록을 제출받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수정안은 53대 47로 부결됐다.

상원에서는 오후 6시 현재 국무부의 관련 기록 확보를 위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놓고 토론 중이며 민주당이 준비해온 일련의 수정안이 잇따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공화당이 여러 차례 수정안을 내며 제동을 걸었으나 번번이 퇴짜를 당했다면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바뀐 상황이 재연되는 셈이다.

CNN방송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매코널 원내대표가 약 10일 이내에 탄핵심판을 끝내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추가 증인 소환 등의 변수가 없을 경우 이달 중으로 상원 심판이 끝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원 탄핵소추위원단이 22일부터 사흘을 쓰고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토요일인 25일과 내주 월·화요일 등 사흘을 쓴 뒤 상원의원들이 29∼30일을 질문에 쓰면 1월 31일에는 탄핵 여부를 가를 표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