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갈등' 한국노총 새 위원장 가세로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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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기업은행장 20일째 출근 못해"출구 전략은 없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끝까지 가겠다."
청와대·여당 사과 넘어 자진사퇴 촉구
"낙선운동 등 강성 대치 기조 일어날 수도"
윤종원 IBK기업은행 선임으로 촉발된 기업은행 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기업은행 노조의 상급 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연대 투쟁에 나서면서 기업은행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기업은행 노조는 22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층에서 조합원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낙하산 반대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고 낙하산 행장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로 낮아졌던 투쟁 수위가 윤 행장 자진사퇴로 다시 고조된 것이다.
집회에는 전날 제27대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동명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 위원장과 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했다. 한국노총은 노조원 90만 명이 활동하는 국내 대표 노동조합 연맹으로 김 위원장은 당선 직후 첫 일정으로 기업은행 천막 농성장을 방문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도 한국노총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기업은행 노조의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엄호할 것"이라며 "출구 전략은 없다. 끝까지 가겠다. 흔들리지 말고 하나로 뭉쳐서 싸워주길 부탁한다"라고 했다.청와대와 여당을 향해서는 "기업은행 갈등의 모든 원인은 낙하산 근절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그들에게 있다"라며 "기업은행 투쟁은 노동자의 이익과 무관하다. 낙하산 인사나 관치금융으로부터 금융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투쟁으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배 금융노조 신임 위원장도 연대의 뜻을 더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보수 정권을 욕했던 여당이 기업은행을 장악하고 관치금융을 되살렸다"면서 "이 나라를 망하는 길로 몰고 가는 그들에게 경고한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싸워서 이기겠다"라고 다짐했다.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이날도 을지로 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 임기 20일째 노조의 출근 저지로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 윤 행장은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내부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이 투쟁 의지를 높이면서 기업은행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국노총 새 집행부 입장에서도 첫 투쟁부터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는 10만 명이 활동하는 한국노총 최대 산별 조직으로 새 집행부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맺은 정책 협약을 파기하고 여당 낙선 운동을 벌이는 등 강성 대치 기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갈등의 실마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