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와 남매의 난…줄잇는 대기업 경영권 싸움,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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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家 경영권 분쟁, 3월 주총까지 '시계제로'재계 3~4세대 경영인들이 주축으로 부상하는 와중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은 낮아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타계한 한진그룹은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간 치열한 분쟁이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걸린 한진칼 주주총회를 놓고 한동안 물밑에서 주요 주주간 치열한 합종연횡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다.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칼 보유지분 6.49%)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52%)에게 반기를 들며 시작한 '남매의 난'은 성탄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한진칼 지분 5.31%)과 조 회장의 다툼으로 가족 간 분쟁으로 번졌다.
셈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졌다. 조 부사장이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을 꾸준히 위협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17.29%)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대한 반도건설(3월 주총 의결권 기준 8.20% 추정)과 연합할 가능성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카카오도 끼어든 상황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한진칼의 지분 1%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입 시점은 의결권 행사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26일 전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지난달 5일 대한항공과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분 투자란 입장이지만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조 회장의 편에 선다면 주총에서 경영 성과를 방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 회장과 우호지분으로 간주되는 델타항공(10%)의 지분율은 총 16.52%다. 조 회장을 제외한 조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 고문 등 한진가(18.27%)와 KCGI와의 지분율 차이는 근소한 수준이다. 이에 반도건설과 국민연금(4.11%)과 함께 카카오가 캐스팅보터로 꼽힌다.또한 지난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타계로 롯데그룹 '왕자의 난' 재점화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017년 지주사 체제를 출범하면서 신동빈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구축됐고, 고(故) 신 명예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계열사 중 롯데지주(지분 3.10%), 롯데칠성음료(1.30%), 롯데쇼핑(0.93%), 롯데제과(4.48%) 등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11.7%)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0.2%) 롯데지주 지분 격차를 고려하면 신 명예회장 지분의 상속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없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 역시 "신동빈 회장과 특수관계인 합산 롯데지주 지분은 42.6%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신 명예회장 상속 지분 향배와 관계 없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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