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정상회담…"트럼프 '미군 감축하되 철수 않겠다'"(종합)

다보스서 회동…이라크 "미군감축 논의"·미국 "미군역할에 동의"
IS 격퇴전 등 안보협력 일부 재개…주말 100만명 반미시위 파장 주목

미국과 이란의 긴장 격화 속에 관계가 껄끄러워진 미국과 이라크가 정상회담을 열어 각자 입장을 재확인하고 안보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례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이라크 대통령실은 "외국 군대의 감축과 주권을 지키려는 이라크 국민의 요구를 존중하는 중요성이 회담에서 논의됐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라크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살리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지속적인 역할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두 지도자가 미국과 이라크의 지속적인 경제·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의 자주권과 안정, 번영에 대한 확고한 노력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살리 대통령에게 "이라크에 잔류하기 싫다"며 전례 없는 방식으로 주이라크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철수는 미국 정부에 모욕일 것이라며 완전 철수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미군 5천여명이 이라크군을 훈련하고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연합 작전을 이끌고 있다. 이라크 의회는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핵심인사를 살해한 데 반발해 지난 5일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살리 대통령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의회 결의는 배은망덕이나 악의의 징조가 아니라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한 데 따른 대응"이라고 항변했다.

이라크는 미국의 안보 협력국임에도 정치 기득권이 미국이 적성국으로 간주하는 이란에 거의 종속되고, 미군을 공격하는 이란의 대리세력인 시아파 민병대를 정부조직에 두는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살리 대통령은 "양쪽에서 모두 주권과 독립을 인정하는 한 한편을 버리고 다른 한편과 동맹을 맺는 것은 우리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솔레이마니 표적공습 후 전운이 짙어지면서 전격 중단된 미군 주도의 IS 격퇴전은 이날부터 일부 재개됐다.

dpa통신에 따르면 IS 격퇴를 위한 합동작전인 '내재적 결의'(Inherent Resolve)의 알렉스 그린케비치 부사령관은 미군이 정찰기와 전투기를 다시 띄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린케비치 부사령관은 이라크 병력을 훈련시키는 작전의 많은 부분은 안보협력의 완전 재개를 두고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논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는 이라크 내부에서 힘을 얻어가는 반미시위 때문에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이라크 주민들을 상대로 오는 25일 바그다드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100만명 시위를 개최하자고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규모 시위의 목적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 시아파 민병대의 득세를 방해하는 반정부시위를 반미시위로 희석하는 것 등 두 가지로 설정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