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AI·IoT·빅데이터 조직 총괄할 '차세대 플랫폼센터' 신설

삼성전자, 사업부 경계 허문 조직개편·임원인사

AI 비서 '빅스비' 총괄하는
정의석 부사장이 플랫폼센터 맡아
삼성전자가 무선사업부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조직을 총괄하는 ‘차세대플랫폼센터’를 신설하고 AI 전문가인 정의석 부사장을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구글 출신 이원진 부사장에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와 TV를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서비스사업팀장을 겸직하게 했다. 사업 간 경계를 허물고 AI, IoT 등과 연관된 혁신적인 서비스사업을 시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AI총괄책임자 플랫폼센터장 임명23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이날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했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에 흩어져 있는 AI, IoT, 빅데이터 조직을 총괄하는 차세대플랫폼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장은 정의석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AI 총괄 부사장이 맡는다. 2015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 개발 업무를 담당한 정 부사장은 2017년부터 삼성전자 AI 비서 ‘빅스비’를 총괄해왔다. 삼성전자가 센터를 신설한 것은 다양한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동하는 IoT의 기반도 결국 빅스비인 만큼 관련 조직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무선사업부의 서비스사업실을 팀으로 조정하고 이원진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부사장)에게 팀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서비스사업팀은 삼성페이 같은 스마트폰·TV 앱(응용프로그램)과 콘텐츠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사실상 ‘다른 회사’처럼 움직이는 무선사업부와 VD사업부에서 핵심 사업팀장을 한 사람이 겸직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이 부사장은 2007~2011년 구글코리아 대표이사와 구글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삼성전자로 옮긴 뒤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스마트TV에 애플 아이튠즈 무비&TV쇼와 에어플레이2를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세계 최대 라이벌인 애플과 삼성의 협업으로 화제가 됐다. 삼성 관계자는 “모바일과 TV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콘텐츠의 중요성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두 조직을 이 부사장에게 한꺼번에 운영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ED 전문가에 TV 개발 맡겨

핵심 사업부의 개발 총책임자도 새롭게 임명됐다. VD사업부 개발팀장은 최용훈 부사장이 맡는다. 최 부사장은 직전까지 ‘시네마 LED TV’, ‘더 월’ 등 차세대 TV 개발을 주도한 개발 전문가다. 최 부사장이 개발팀장에 임명되면서 삼성이 지난 7일 ‘CES 2020’에서 공개한 가정용 마이크로LED TV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노태문 사장의 무선사업부장 이동으로 공석이 된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은 김경준 무선사업부 글로벌CS팀장(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김 실장은 1987년부터 무선사업부 연구개발(R&D) 부서에 몸담으며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총괄 등도 신규 임명

김현석 CE부문장이 겸직했던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이 맡는다.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가전제품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로 꼽힌다. 냉장고개발그룹장 등을 거치며 삼성 신가전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강봉구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한국총괄로 이동한다. 한국총괄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TV, 생활가전의 국내 영업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강 부사장은 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등을 거치며 삼성전자의 마케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 영업을 총괄하는 중국총괄엔 최승식 무선사업부 전무가 임명됐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