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상여금 주겠다” 中企, 20년간 10%p 이상 줄었다

상여금 지급 계획 2000년 63.7%→ 2020년 50.1%
2015년 1인당 지급 예상액 74만원, 올해 62만원 그쳐
“자금사정 어려운 중기 점차 증가” 우려
‘전국 주요 공단(산업단지) 근로자들에게 올해 설은 작년보다 썰렁한 명절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과 입주업체에 따르면 설 명절 특별상여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정기상여금 지급을 계획하는 업체 수와 금액도 크게 줄었다. 2500여개 중소기업이 입주한 인천 남동공단의 업체 60~70%가 상여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못할 형편이고, 20~30%는 교통비나 떡값 명목으로 15만~30만원을 줄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9년 2월4일자 기사)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은 지 오래되지 않아 명절을 앞둔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의 경기체감도를 담은 기사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스무 번의 설을 맞은 중소기업의 설 상여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아쉽게도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중소기업의 비율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상여금 액수도 후퇴했다.전체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옛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매년 추석과 설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다. 이 자료 따르면 2000년 설 직전 ‘상여금을 줄 계획’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의 비율은 63.7%였다. 업체 10곳 중 6개 이상은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현금이나 상품권 등 상여금을 줄 여력을 가진 중소기업(응답률)은 한·일 월드컵을 치른 2002년 77.3%, 2003년 80.6%까지 올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57.3%로 급락하긴 했지만 2015년엔 63.8%로 회복했다. 2015년 당시 중소기업인들이 예상한 상여금 액수는 평균 기본급의 63%, 1인당 평균 74만원이었다.

그러나 상여금을 주겠다는 기업의 응답률은 2015년 이후 해마다 줄고 있다. 2016년(62.6%)부터 2017(59.8%), 2018년(56.1%), 2019년(51.9%)까지 계속 줄더니 올해에는 808개 조사대상 업체들 중 50.1%만 지급 의사를 밝혔다.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상여금 예상 금액도 기본급의 약 46%, 평균 62만원에 그쳤다. 최저임금 및 기본급의 상승, 연봉제 도입이나 정기 상여금 제도의 변화 등을 감안해도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의 상여금 지급 현황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최근 몇 년간 내수침체와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 단축(준비) 등의 이유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영·자금상 어려움을 호소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