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경영전략 구상하는 금융그룹 회장들
입력
수정
윤종규 회장 '고객 보호' 고민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24일부터 시작된 설 연휴에도 경영전략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하면서도 틈틈이 회사 발전방안에 참고할 만한 책을 읽는 계획을 세웠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연초에 세운 경영전략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김광수 회장, 마케팅 전략·트렌드 분석
고객센터·전산센터 찾는 손태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설 연휴 때 읽을 책으로《디커플링》을 점찍었다. 고객이 불편해하는 틈새를 집중 공략해 성공하는 전략을 다룬 책이다. 글로벌 차량공유업체인 우버가 차를 고르고 구입, 유지, 폐차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없애고 ‘사용’ 단계만 제공하는 것으로 성공한 게 대표적인 예다. 윤 회장은 올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른 ‘고객 보호’ 관점에서의 경영전략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은《트렌드 코리아 2020》을 보면서 올해 주요 트렌드를 살필 계획이다. 시장 변화 등을 빠르게 이해하고 경영전략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 회장은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참고하기 위해《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라는 책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신경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가 썼다. 인간의 뇌 속에 숨겨진 구매 동기와 소비 욕망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이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임진왜란의 반성문’이라 불리는《징비록》을 읽겠다는 CEO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쓸 때《징비록》을 참고했다. 16세기 초 조선이 효율적인 은 제련법을 개발하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게 결국은 임진왜란까지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김 회장은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지도자의 능력과 책임감, 비전 등의 중요성을 되새기겠다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오는 25일 설 명절 당일 서울 회현동 본점 상황실 및 고객센터, 전산센터 등을 방문해 연휴에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이밖에 최근 채용비리 재판 등으로 고민이 많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무르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조 회장은 휴식을 취하는 틈틈이 3월부터 시작되는 ‘2기 체제’에 대한 전략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