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ESG는 새로운 펀드팔이 방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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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객 미팅을 하면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이슈가 나오지 않을 때가 없습니다. 그래서 월가 금융사들은 최근 ESG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데 열심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도 ESG를 따르느냐, 안따르느냐 하는 게 주요 기준이 되고 있어요."
JP모간의 글로리아 김 인덱스리서치 담당 글로벌 총괄이 지난 16일 열린 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최근 월가에서는 ESG 열기가 뜨겁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ESG 요인을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지금의 두 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헨리 페르난데즈 MSCI CEO도 21일 "세계적으로 ESG 기준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거나 자산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며 "ESG 요인을 간과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에는 현재 30조달러 이상이 편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 일본 투자자들 중심이었지만 작년부터는 미국 월가에서도 ESG를 반영하는 펀드가 부쩍 늘었습니다. 블랙록이 관련 ETF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 배경입니다. 작년 말에 만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매니언 미국 주식 전략총괄은 "ESG를 따르면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ESG를 등한시하다가 회계 스캔들, 데이터 유출, 성희롱 사건 등에 휘말린 기업들 주가는 S&P500지수 대비 수익률이 10~15% 가량 낮았습니다. 또 2005~2015년 ESG 원칙에 따라 투자했다면, 그 기간 파산한 S&P500 기업 중 90%에 대한 투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발화 원인을 제공한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희생자들에게 135억달러(약 16조600억원)의 배상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달 중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 등 수십 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성추문 등으로 갑작스레 사퇴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기업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ESG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의 85%가 지속 가능한 투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5년 같은 조사 때의 71%보다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하지만 ESG 요인을 대거 반영하는 데 대한 반대도 많습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ESG 펀드들이 증가하면 안티-ESG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습니다. ESG의 기피 대상은 무기, 술.담배, 석탄 관련 회사들입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 필립모리스 등 탄탄한 기업들이 대거 제외됩니다. 필립모리스는 경우 전자담배 등에 밀려 2017년 6월 120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88달러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은 크게 높아져 거의 10%에 육박합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ESG 요인을 반영하는 펀드가 늘어날 수록 관련 투자의 수익률은 알파(시장 초과 수익)가 아니라 베타(시장 평균 수익)에 수렴하게 된다"면서 "ESG는 추가 수익률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ESG 투자를 하지않다가 나쁜 투자자로 몰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시늉만 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실제 ESG 투자의 수익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은 ESG 추종 펀드의 수익률이 S&P 500 지수 추종 펀드보다 살짝 높았지만, 지난 10년간을 따지면 수익률은 낮았습니다. 또 다른 월가 자산운용 담당자는 "래리 핑크의 말은 ESG 붐에 편승해 더 많은 펀드를 내놓고 수수료를 벌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폄하했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것이란 뜻입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통상 제3의 평가사가 산정하는 ESG 점수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별합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거나 △무기, 술·담배 등과 관련된 회사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등 다양성이 모자란 기업 △성추행 예방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업체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감점을 당합니다.
JP모간이 쓰는 ESG 평가를 보면 한국 기업 중에선 한국가스공사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현대캐피탈 우리은행 SK텔레콤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한국동서발전(석탄발전) 포스코(석탄 사용, 무기 재료 생산) 대한항공(술·담배 판매, 무기 생산) 등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를 놓고 한 월가 투자자는 "ESG 점수를 보면 결국 좋은 회사에만 투자하게 된다"면서 "이머징 마켓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ESG 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점수가 낮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보다는 비중에 한도를 두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JP모간의 글로리아 김 인덱스리서치 담당 글로벌 총괄이 지난 16일 열린 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강연에서 한 말입니다.최근 월가에서는 ESG 열기가 뜨겁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ESG 요인을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넘는 기업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ESG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지금의 두 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겁니다.
헨리 페르난데즈 MSCI CEO도 21일 "세계적으로 ESG 기준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거나 자산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다"며 "ESG 요인을 간과할 경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시장평균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에는 현재 30조달러 이상이 편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 일본 투자자들 중심이었지만 작년부터는 미국 월가에서도 ESG를 반영하는 펀드가 부쩍 늘었습니다. 블랙록이 관련 ETF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한 배경입니다. 작년 말에 만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매니언 미국 주식 전략총괄은 "ESG를 따르면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ESG를 등한시하다가 회계 스캔들, 데이터 유출, 성희롱 사건 등에 휘말린 기업들 주가는 S&P500지수 대비 수익률이 10~15% 가량 낮았습니다. 또 2005~2015년 ESG 원칙에 따라 투자했다면, 그 기간 파산한 S&P500 기업 중 90%에 대한 투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발화 원인을 제공한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희생자들에게 135억달러(약 16조600억원)의 배상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달 중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카지노 재벌 스티브 윈,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창업자 등 수십 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성추문 등으로 갑작스레 사퇴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기업 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ESG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투자자의 85%가 지속 가능한 투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5년 같은 조사 때의 71%보다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하지만 ESG 요인을 대거 반영하는 데 대한 반대도 많습니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ESG 펀드들이 증가하면 안티-ESG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봤다"고 말했습니다. ESG의 기피 대상은 무기, 술.담배, 석탄 관련 회사들입니다. 보잉과 록히드마틴, 필립모리스 등 탄탄한 기업들이 대거 제외됩니다. 필립모리스는 경우 전자담배 등에 밀려 2017년 6월 120달러였던 주가가 현재 88달러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배당수익률은 크게 높아져 거의 10%에 육박합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ESG 요인을 반영하는 펀드가 늘어날 수록 관련 투자의 수익률은 알파(시장 초과 수익)가 아니라 베타(시장 평균 수익)에 수렴하게 된다"면서 "ESG는 추가 수익률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ESG 투자를 하지않다가 나쁜 투자자로 몰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시늉만 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실제 ESG 투자의 수익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최근 1년간은 ESG 추종 펀드의 수익률이 S&P 500 지수 추종 펀드보다 살짝 높았지만, 지난 10년간을 따지면 수익률은 낮았습니다. 또 다른 월가 자산운용 담당자는 "래리 핑크의 말은 ESG 붐에 편승해 더 많은 펀드를 내놓고 수수료를 벌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폄하했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것이란 뜻입니다. ESG를 추종하는 펀드들은 통상 제3의 평가사가 산정하는 ESG 점수에 따라 투자 대상을 선별합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쓰거나 △무기, 술·담배 등과 관련된 회사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등 다양성이 모자란 기업 △성추행 예방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업체들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감점을 당합니다.
JP모간이 쓰는 ESG 평가를 보면 한국 기업 중에선 한국가스공사 신한금융지주 현대자동차 현대캐피탈 우리은행 SK텔레콤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반면 한국동서발전(석탄발전) 포스코(석탄 사용, 무기 재료 생산) 대한항공(술·담배 판매, 무기 생산) 등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를 놓고 한 월가 투자자는 "ESG 점수를 보면 결국 좋은 회사에만 투자하게 된다"면서 "이머징 마켓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ESG 요인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점수가 낮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보다는 비중에 한도를 두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