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기가스틸 품은 트레일블레이저…투박해도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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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30회'1.35 가솔린이 달려봐야 얼마나 잘 달리겠어?' 트레일블레이저가 철저하게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일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을 시승을 시작하자 곧바로 빗나갔다.
△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 시승기
▽ 실내공간에 질주 성능까지 두 마리 토끼
▽ 실내 투박하지만 안전 최우선 설계
한국GM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선보였다. 지난 17일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 모델을 인천 영종도에서 김포의 한 카페까지 왕복 90km를 시승했다. 주행해본 트레일블레이저는 실속은 물론 성능까지 만족스러운 차량이었다.트레일블레이저는 기본 모델과 도심주행에 특화된 RS, 오프로드에 특화된 액티브 3종으로 구성됐다. 그릴 모양, 가죽 마감 등 디자인 요소를 제외하면 RS는 엔진이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설정됐고 액티브는 차고가 10mm 높다는 차이가 있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트림에 따라 1995만~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RS 2620만원으로 책정됐다. 2490만원인 기본 모델 프리미어 트림이 주력 모델이다.
◆투박한 실내, 예상 외의 질주차량에 올라타자 기존 GM 차량들과 유사한 실내 구성이 눈에 들어왔다. 스파크, 트랙스 실내를 더 직관적이면서도 보다 크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이 큼직한 버튼으로 배열된 덕에 운전을 하며 곁눈질로 대강 눌러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동승한 한국GM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기존 부품 호환성을 높이면서 실내 인테리어도 다소 유사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화면 크기를 키우고 숫자도 늘리면서 버튼은 화면 안으로 넣는 추세다. 트레일블레이저의 다소 투박한 디자인은 고급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부분이지만, 직관성이 뛰어나기에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소비자에게는 가점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내 공간은 중형 SUV에 맞먹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장·전폭·전고 4425·1810·1660mm의 크기로 축간거리는 2640mm를 확보했다. 시승동안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탔지만 비좁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소형·준중형 SUV는 앞좌석 활용성을 높이느라 뒷좌석은 공간이 좁은 경우도 있는데, 트레일블레이저는 뒷좌석도 다리를 약간 펴고 앉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트렁크는 460리터의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는데, 많은 짐을 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하자 트레일블레이저는 시원한 가속력을 뽐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10초 이내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이후로도 아쉬울 것 없는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연비도 12km/l 수준이 유지됐다.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비교적 정숙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대화에 무리가 없었다. 동급 차량 가운데 가속력과 정숙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줄만하다는 판단이다.
사고 상황을 가정해 고속 주행에서 회피기동을 해봤다. 비어있는 도로에서 2차로 주행 중 1차로로 급히 차로를 바꾼 뒤 곧바로 2차로로 복귀했다. 차고가 높은 SUV는 급격한 핸들 조작에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이 크게 나타난다. 롤링 현상은 또 다른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롤링 현장을 잘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전 책임지는 반자율주행·기가스틸반자율주행 기술도 안전한 운전을 보조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트레일블레이저에는 차로이탈경고 및 차로유지보조 시스템,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거리 감지 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앞 차와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제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탑재됐다. 핸들을 잡은 손에서 힘을 빼자 차로에 맞춰 핸들이 자동으로 돌아감은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운전에 개입하는 강도가 약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활용만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아쉬움도 남는다. 트레일블레이저에는 보조창에 속도 등의 정보를 보여주는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적용됐다. 보다 고가인 전면 유리 투사식에 비해 보여주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글씨도 작았다. 동급에서 투사식 HUD를 적용한 차량이 없는 만큼 채택했다면 큰 차별점으로 부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GM 차량의 실내 구성을 따라가면서 중앙 디스플레이가 다소 하단에 위치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차량들은 디스플레이를 상단에 배치해 내비게이션 화면이 곁눈질만으로 시야에 들어오도록 하는데, 트레일블레이저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아래에 위치한 탓에 화면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안전을 고려해 디스플레이를 하단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HUD에도 기본적인 정보가 보여지는 만큼 전방 주시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시승을 마치고 문을 닫는데 차 급에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텅~' 소리가 들렸다. 한국GM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철판을 통째로 가공해 문을 만들고 빔도 넣어놨다. 그래서 무게가 좀 더 나간다"고 말했다.트레일블레이저에는 1mm²당 100kg 이상을 버티는 차세대 강판인 '기가스틸'이 채용됐고 고장력강판 비율이 78%에 달한다.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안전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GM의 완고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