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악몽' 깬 도요타…'GR 수프라' 초도물량 하루만에 완판

▽ 수요 견고…추가 물량 확보는 미지수
▽ 가격 경쟁력·상품성 갖췄다는 평가
▽ 일본차 업계 "우리에게 긍정적 신호"
포즈를 취하는 타케무라 노부유키 도요타코리아 사장(좌)과 타타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우)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도요타코리아가 한국에 야심 차게 내놓은 스포츠카 'GR 수프라'의 초도 물량이 하루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7월 일본차 불매 운동 이후 출시된 첫 신차의 결과에 도요타코리아를 비롯한 일본차 업계가 고무된 반응이다.

23일 일본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출시된 GR 수프라는 초도 물량 30대를 하루 만에 모두 판매했다. 물량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루 만에 완판이라는 기록에 업계는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일본차의 '형님격'이었던 도요타코리아가 먼저 치고 나가자 타 일본차 브랜드도 신차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도요타코리아 관계자는 "GR 수프라는 출시 전부터 마니아들 중심으로 문의가 꾸준했던 모델"이라며 "수요가 여전하지만 아직 추가 물량 확보는 알 수 없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1978년 만들어진 수프라는 과거 도요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인기를 끌다가 2002년 단종됐다. 2인승으로 제작된 이 차량은 도요타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았고 엔진은 BMW 제품이 장착됐다. 가격은 7380만원으로 책정됐다.

도요타코리아로서도 GR 수프라 출시는 도전이었다. 과도하게 한국 마케팅을 시도하거나, 애써 한일 갈등 봉합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로 승부를 걸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GR 수프라 내부 [사진=도요타코리아]
실제로 GR 수프라 출시 현장에는 이례적으로 도요타 본사에서 타타 테츠야 수석 엔지니어, 후쿠모토 케이스케 부수석 엔지니어 등 기술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GR 수프라의 제원과 개발 과정을 강조했다. 마케팅 대신 기술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GR 수프라가 완판한 것을 두고는 소량의 초도물량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스포츠카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의 선택폭이 크지 않았고,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처럼 초고가도 아니어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게다가 수프라는 경량 스포츠카의 핵심 차종으로 오래전부터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된 모델이다. 도요타의 스포츠카 DNA를 계승해 17년만에 부활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희소성도 작용했다. 온라인 장기렌트·리스 모임과 일본차 브랜드 클럽에는 "수프라가 다시 출시되다니 정말 반갑다" "GR 수프라를 렌트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렌트가 가능한 업체가 있느냐, 견적 받고 싶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는 상황이다.상품성도 한몫했다. 국내에 출시된 GR 수프라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6기통 3.0리터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51.0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 시간은 단 4.3초다.
GR 수프라 측면 사진=도요타코리아]
아울러 1.8인치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주행 중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전방충돌 경고장치, 차선이탈 경고기능,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 등 다양한 예방안전기술이 적용돼 안전성도 강화했다. 유일한 단점으로는 스포츠카에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운전의 재미를 감소시켰다는 지적이다.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생각보다 한국 시장의 반응이 거세지 않아 우리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스포츠카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만큼은 일본이 압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차 대기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행동을 조심스럽게 전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도요타코리아는 GR 수프라의 완판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모델을 200대 한정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3월 프리우스 사륜구동,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를 잇따라 한국 시장에 내놓는다.
GR 수프라 후면 [사진=도요타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코리아의 전략이 상당히 영리했다"며 "대중성이 높은 차량보다 불매 운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한 스포츠카를 소량으로 투입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