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말리면 뭐든 검게 변한다"는 양촌리 '흑곶감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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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14만 그루 있는 충남 논산 양촌리
해발 800m 고지…해 잘드는 동녘의 마을
100~300년된 감나무서 토종 품종 '월하시' 수확
수분 많아 일반 곶감 대비 2배 긴 시간 건조
전통 자연방식으로 당도 높고 쫀득한 곶감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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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300년의 감나무와 찬바람의 조화 양촌리는 '볕이 드는 골'이라는 뜻이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고개 하나로 맞닿아 있다. 해발 800m의 고지 도립공원으로 이름난 대둔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지만 동네는 동녘을 향하고 있어 낮에는 환한 볕이 든다. 일교차가 큰 지역이지만 이름이 양촌리라고 지어진 이유다.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기후는 곶감 말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양촌리에는 수령 100년~300년에 이르는 감나무가 즐비하다. 감나무는 14만 그루가 넘는다. 200~400곳의 농가가 대를 이어가며 감 농사를 짓는다. 마을의 풍습에 따라 절기상 한로와 입동 사이에 드는 상강 다음날부터 감을 깎는다. 이산화황 훈증 처리 등 인위적인 건조시설 없이 지역 기후에만 의존하는 전통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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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말리지만 속을 자르면 반건시처럼 말랑하고 부드럽다. 당도는 훨씬 높은 데다 식감은 더 쫀득한 흑곶감이 만들어진다. 오래 말리는 건 농부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수분이 많아 감이 무거워 꼭지에서 떨어지기 쉽다. 자연 건조를 고집하다보니 비와 냉해 등에 약하다. "하늘이 도와줘야만 60일 곶감의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권기용 양촌농협 유통팀장은 "토종 감나무에서 열린 감과 외부 개량종을 이 지역에 심어 얻은 감을 말려 비교해 보면 토종의 속이 더 꽉 차있다"고 한다. 나이를 얼마 안 먹은 땡감은 단단하고 색이 좋지만 막상 건조시키면 속이 알차지 못하다는 것. 오래된 나무일수록 감 품질이 뛰어나다. 1~2인 가구 '레트로 간식'된 곶감
곶감은 건강에 좋은 영양 간식으로 2~3년새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냉동실에 보관한 뒤 1년 내내 꺼내먹을 수 있어 1~2인 가구가 많이 찾는다. 이마트에서 곶감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올해 1월 들어서도 곶감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2.2% 늘었다. 이 중 흑곶감은 4~5만원대(24개~30개 기준)의 가격으로 설 선물세트의 인기 상품이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건강한 간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카롱 등의 매출은 크게 줄어든 반면 팥으로 만든 양갱과 모나카, 곶감 등 전통 간식의 판매량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감에서 떨어진 씨가 자생해서 열매를 맺으면 감이 열릴까. 정답은 '아니다'다. 감나무 씨를 그대로 심으면 '고욤나무'가 된다. 고욤은 감의 조상 격으로 떫은 맛을 갖고 잇다. 일반 감나무 또한 묘목 그대로 심으면 맛이 형편없고 떫기만 하다. 그래서 고욤나무가 묘목이 되면 이를 뿌리로 하고 감나무를 그 위에 접붙인다. 우리가 먹는 감은 모두 고욤나무의 뿌리에서 나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