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의 승자 bhc … 매출 3000억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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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성장 정체 속 매출 35% 급증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연 매출 3000억원은 ‘마의 숫자’로 통한다. 교촌치킨이 3년 전 이 벽을 넘었다. 지난해 치킨 업계에서는 ‘3000억원 클럽’에 가입한 두 번째 브랜드가 나왔다. 치킨업계에서 수년간 2위 경쟁을 벌여온 bhc다. 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bhc의 지난해 매출은 3208억원으로 2018년보다 35% 늘었다.bhc는 그동안 주인이 세 번 바뀌었다. BBQ가 부도 위기의 회사를 2004년 인수한 뒤 2013년 사모펀드에 팔았다. 2018년엔 직전 5년간 회사를 끌어온 박현종 회장이 인수했다. 업계에선 “삼성의 DNA가 bhc를 재도약시켰다”고 평가한다. 박 회장, 2017년 bhc에 합류한 임금옥 대표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기 때문이다.임 대표는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본사와 가맹점 모두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삼고 본질(맛)에 집중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1500개 가맹점과 ‘기본’ 지켰다
삼성출신 박현종 회장·임금옥 대표
"본사·가맹점 기본 역할에 집중"
'반값할인' 없이 브랜드 지켜
치즈볼 등 사이드 메뉴 잇단 '대박'
가맹점수 4년 간 약 600개 늘려
bhc는 '별하나치킨'이라는 브랜드가 시작이다. 주인이 세 번 바뀌는 과정에서 가맹점들은 불안해 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에는 ‘본사가 갑질을 일삼고, 싸구려 재료를 쓴다’는 등 근거 없는 제보가 빗발쳤다.
“1년 전 국회 앞에서 시위하던 가맹점주들이 고맙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보내옵니다. 요즘은 가맹점마다 주방 기기를 100% 가동해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요.”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30년간 가전 부문 해외 마케팅과 영업 등을 담당했다. 그는 “박 회장과 함께 삼성에서 배운 ‘기본’을 그대로 이식했다”고 말했다. 기본이란 ‘문 닫는 시간’과 ‘문 여는 시간’ 그리고 ‘맛’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문 여는 시간이 가맹점주마다 제각각인 것부터 바로잡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본사와 가맹점이 할 일을 완벽하게 구분했다.
“가맹점이 할 일은 간단합니다. 소비자와의 약속인 ‘시간’을 지키면서 맛있고, 깨끗하게 만들면 됩니다. 주문 전까지의 모든 일은 본사 몫입니다.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광고 등 마케팅에 힘써 가맹점이 돈을 벌도록 해주면 되지요.”○배보다 배꼽에 집중bhc는 요즘 소비자 사이에서 ‘사이드 메뉴를 먹으려고 치킨 시키는 브랜드’로 통한다. 지난해 선보인 뿌링치즈볼·감자·핫도그 등 사이드 메뉴가 연이어 대박을 냈다. 매출 비중이 전체의 11%까지 커졌다.
임 대표는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가맹점 수익이 떨어질 때 주문 단가를 끌어올릴 방법을 찾은 것”이라며 “평균 주문액이 1만8000원에서 2만~3만원으로 오르면서 가맹점 매출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뿌링클, 맛초킹, 블랙올리브 치킨, 마라칸치킨 등 bhc에만 있는 메뉴도 해마다 3~4종씩 개발했다.○“1등처럼 일하라” … 본사도 달라졌다프랜차이즈 업계는 1~2년 전부터 ‘배달앱 할인 전쟁’에 끌려다니고 있다. 타임딜, 반값 할인 등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매출이 급락하고, 잊혀지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팽배하다. bhc는 예외였다. 한 번도 반값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1000~2000원 정도의 할인 행사에는 참여했지만 그 이상 무리하게 가격을 내리지는 않았다.
“매출이 반짝 상승할 수는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무너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10배, 20배의 시간이 듭니다. 2만원짜리 치킨을 반값에 먹은 소비자가 다음에 제값을 낼 리 없지요.”bhc는 올해 대대적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임 대표는 “매출이 늘면서 기존 가맹점 중 상당수가 냉장 설비, 조리 기기 부족을 겪고 있어 본사가 일부 지원해 개편하는 중”이라고 했다.bhc의 약진은 가맹점 수에서도 나타난다. 2015년 873개였던 가맹점이 지난해 1456개로 늘었다. 점포 수 기준 업계 순위는 7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1위 BBQ와의 매장 수 차이는 200개 정도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