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꺾은 16세 고프 "학교 숙제 좀 늦게 내도 되겠죠"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7천100만호주달러·약 570억원) 여자 단식 3회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4위·일본)를 꺾은 코리 고프(67위·미국)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고등학생다운 순수한 모습을 보였다.

고프는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오사카를 2-0(6-3 6-4)으로 꺾었다. 2004년 3월생인 고프는 만 15세 10개월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학제 기준으로는 3월에 고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다.

만 15세 선수가 세계 랭킹 5위 이내 선수를 꺾은 것은 1991년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 이후 이날 고프가 무려 29년 만이었다. 오사카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차지,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2018년 US오픈에서도 우승하는 등 최근 여자 테니스에서 최강자 중 한 명이다.

고프는 지난해 US오픈 3회전에서는 오사카에게 0-2(3-6 0-6)로 졌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설욕전을 펼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프는 "2년 전 호주오픈에서 주니어 1회전 탈락을 했는데 지금 내가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경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사회자가 "혹시 로드 레이버를 직접 만나봤느냐"고 묻자 고프는 "몇 번 지나치기는 했지만 따로 만난 적은 없다"며 "만나게 되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같이 찍고 싶다"고 답해 관중석에 폭소가 터지게 했다.

올해 82세인 레이버는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11차례나 우승한 호주 테니스의 '전설'이다. 호주오픈의 메인 코트 명칭은 레이버의 이름을 따서 '로드 레이버 아레나'로 불린다.

레이버는 곧바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축하한다"며 "나도 곧 만나기를 바란다"고 고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프는 사회자가 "학교에 낼 숙제는 다 했느냐"고 묻자 "아마 선생님이 조금 늦게 내도 이해해주실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윔블던 예선을 뛰면서도 학교 과학 시험을 밤늦은 시간까지 치른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윔블던에서도 16강까지 올랐던 고프는 소피아 케닌(15위·미국)과 8강 진출을 다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