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1인체제, 우한 폐렴 해결엔 '장애물'?

관료주의가 우한 폐렴 사태 키운 '주범'
시진핑 주석, 20일 특별지시 이후에야 공격적 대응
사스 때도 베이징 시장 경질 등 관료주의 폐해 '반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권력체제가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시를 받아야 움직이는 관료주의가 사태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진핑의 1인체제 강화로 오히려 관료들의 주도적인 대응이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는 25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전염병 대응 업무 영도소조'를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염병 영도소조 설립은 2002~2003년 중국에서 발발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에도 없었던 조치다. 당시 사스는 전 세계에서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774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를 두고 SCMP는 중국 대중들이 큰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지방관료들이 주도적으로 대응하는데 실패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지방관료들은 최고 지도부의 지시를 어기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정치분석가 장리판은 "중국의 정치시스템하에서는 시 주석이 승인할 때까지 일이 진척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은 시 주석이 잘못 판단할 경우 일련의 큰 실수들이 뒤를 이을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장리판은 중국 관료들은 윗선에 긍정적인 얘기만 하고 부정적인 사실을 숨겨왔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적절한 대처를 제때 하지 못해왔다고 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일 우한 폐렴에 대한 특별지시를 내린 이후에야 공격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이에 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우한시 관료들의 늑장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중국 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우한의 한 의사는 익명으로 지방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이 우한 폐렴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고 SCMP는 전했다. 지난 12일 이후 급속히 확산됐지만, 새로운 환자 통계를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후베이성 공산당위원회가 발간하는 후베이일보의 수석 기자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우한 지도자들이 즉각 제거돼야한다"고 올렸다. 하지만 해당 글은 삭제되기까지 했다. 이 기자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지방의 지도자를 지금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로 대체하는 건 우한 폐렴 대응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갈수록 엄중해지는 심각한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 지도자들은 지도자를 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도 웨이보에 "우리는 이번사태와 유사한 사스 경험을 갖고 있다"며 "우한시와 국가 위생당국이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사스가 발생했을 때도 당시 정보 비공개 등 늑장 대응을 이유로 베이징 시장은 경질됐다. 당시 중국 당국은 투명 행정을 약속했지만, 16년이 흐른 뒤에도 사스 사태와 비슷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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