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우한 폐렴’에 초비상인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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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무비자’ 제도가 발목27일 제주도에선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도내엔 초비상이 걸렸지요. 확인 결과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다 일시 귀국한 학생이 ‘이상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다행히 일반 감기로 판정됐습니다.
감염자 가려낼 실효수단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벌써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공항 항만 등에서 환자 유입을 차단하는 검역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합니다. 발열 및 호흡기에 이상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입국을 막을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이죠. 우한 폐렴은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더 큰 문제는 제주도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선별적으로 비자를 내주고 있는 한국의 본토와 달리 제주도의 경우 ‘무비자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부터 해외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 한 달간 무비자로 합법적인 체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번 설연휴 기간에만 2만~3만명이 제주를 찾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0% 급증한 수치입니다. 대부분이 제주-중국 직항 노선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이지요.
제주도가 지난 20일부터 위기 경보 수준을 종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켰으나 역부족입니다. 중국인들이 여권만 갖고 있으면 언제든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의 80%가량이 중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이번 우한 폐렴은 과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병원체가 원인입니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모두 같은 바이러스였지요. 박쥐 등 동물에서 시작된 병원체가 사람을 감염시킨 뒤 급속히 번진 경로 역시 유사합니다.
우한 폐렴은 사스(치사율 10%)나 메르스(35%)보다는 낮지만 치사율이 4%에 달합니다. 사람 간 전파력은 메르스(재생산 지수 0.7)보다 훨씬 높은 최대 3.8 정도로 추정됩니다. 감염자 한 명이 최대 3.8명에게 옮길 수 있다는 의미이죠. 우한 폐렴에 걸린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중증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심각한 전염병입니다. 아직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없구요. 사망률이 매우 높은 배경입니다.
우한 폐렴 사태는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중국 및 세계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소비 침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중국 경제와 밀접한 한국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2002년 겨울 발생했던 사스는 2003년의 우리 성장률을 연간 기준 0.25%포인트 하락시켰습니다. 메르스는 0.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됐구요.제주도의 충격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현지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주 입도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요.
우한 폐렴이 빨리 잦아들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방역·검역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