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보다 확산 속도 빠르다"…中 춘제기간 감염자 5배로 증가

中정부, 단체 해외여행 금지

사스, 4개월 걸려 확진자 1000명
우한 폐렴, 한달새 2800여명 확진
英교수 "감염자 10만명 넘을 것"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31일 처음 확진 환자를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확진자 수가 10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국내외 단체관광을 금지하고 춘제(중국 설) 연휴 기간도 연장하는 등 극약 처방까지 내놨지만 이미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과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조기 수습이 어렵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7일 오후 8시 기준 티베트자치구를 제외한 전국 30개 성(省)에서 2840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8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중 461명은 위중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내 의심 환자는 5794명,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3만2799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본토 이외 확진자로는 홍콩 8명, 마카오 6명을 비롯해 태국 8명, 미국 5명, 베트남 2명, 싱가포르 대만 일본 호주 말레이시아 각각 4명, 네팔 3명, 프랑스 3명이라고 위건위는 밝혔다.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수백 배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 사스 확진 환자가 1000명을 돌파하는 데 대략 4개월이 걸렸다. 이후 8개월 만에 세계 37개국에서 8000여 명이 사스에 감염됐다. 이에 비해 우한 폐렴은 지난달 31일 27명의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270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한국 설 연휴 직전인 23일 확진자 수가 571명이었으나 27일엔 2806명으로 나흘 새 다섯배가량 늘었다.일각에선 우한 폐렴 감염자가 10만 명 이상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공중위생 분야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퍼거슨 교수는 사스와 달리 우한 폐렴 감염자는 별다른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들이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의 해외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와 해외 단체여행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여행사협회는 문화관광부 지시에 따라 27일부터 여행사들이 호텔과 항공편 예약을 포함한 모든 단체관광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단체관광 업무는 지난 24일부터 중단됐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전염병 업무 태스크포스 회의에선 춘제 연휴 기간을 다음달 2일까지로 연장하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의 개학 시기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춘제인데도 이례적으로 25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우한 폐렴에 대한 전방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박쥐 뱀 등 야생동물의 거래를 전역에서 금지하는 조치도 발표했다.

세계 각국은 우한에 발이 묶인 자국민 대피와 보호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우한 주재 영사관을 잠정 폐쇄한 데 이어 28일 우한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전세기에 태워 샌프란시스코로 대피시키기로 했다. 우한에 사는 미국인은 1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우한 폐렴을 법률에 의해 강제 조치가 가능한 ‘지정 전염병’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한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전세기를 이르면 28일 보낼 예정이다. 후베이성에는 약 560명의 일본인이 체류하고 있다.프랑스도 우한을 떠나기를 희망하는 자국민들을 전세기를 띄워 데려오기로 했다. 호주 정부도 우한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우한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러시아도 자국민 대피를 위해 중국 당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