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오지로 날아간 이재용…중남미 '5G 시장'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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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글로벌 현장경영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설 연휴에 지구 반대편 브라질 현장 경영에 나섰다. 설, 추석 명절 때마다 해외 현장을 찾고 있는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가 아마존 오지(奧地)까지 이어진 것이다. 브라질의 스마트폰과 TV 생산 기지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중남미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이 브라질 생산기지를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2001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중남미로 날아간 까닭은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27일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명절에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고 발표했다. TV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노태문 신임 무선사업부장(사장), 장시호 글로벌기술센터장(부사장) 등이 동행했다.
이 부회장 19년전 첫 출장지였던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 공장 방문
"현장의 땀이 미래개척 자양분"
28일에는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을 방문해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캄피나스 공장도 찾을 예정이다.
마나우스는 브라질 북부 세계 최대 열대우림 지역 한가운데 있어 ‘아마존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현재 40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마나우스 공장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삼성전자 주력 제품을 생산한다. 마나우스는 이 부회장에게도 특별한 장소다. 삼성전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2001년 해외사업장 가운데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새해 첫 출장지로 브라질을 선택한 이유는 중국 화웨이로부터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을 지키고,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2.3%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2016년 8.2%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6.6%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3분기에는 13.6%로 주춤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해 말 “내년에는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3억 대 팔겠다”며 삼성전자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화웨이는 남미 시장을 노리고 브라질 상파울루에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는 데 8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5G 통신 장비 분야의 격전지로도 꼽힌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통신장비 선정 과정에서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실상 중국 화웨이의 브라질 5G 시장 진출 가능성을 알린 것이다. 브라질은 2022년부터 본격적인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5G 시장 선점을 위해 브라질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현장에서 미래를 찾는다
이 부회장은 마나우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먼 이국의 현장에서 흘리는 땀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현안과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유럽과 북미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하며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전국의 반도체 및 세트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 경영진과 현장의 임직원들을 격려했다.2014년부터 이어진 명절 현장 경영도 쉬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지난해 설 연휴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2기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추석 때는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삼성물산의 리야드 지하철 건설 현장을 찾아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고 선언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