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계설비법, 쾌적한 생활 방패막이 되길

공조·급탕·배수설비 등 관리 강화
에너지 절감·건물수명 연장도 기대

김용찬 <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 >
지난해 12월 10일, 2020년 정부 예산안이 512조3000억원으로 확정돼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교통부 예산 중에는 어렵게 반영된 기계설비법 관련 예산이 눈에 띈다. 규모는 9억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기계설비법의 안정적 시행과 정착을 위해 필요한 마중물로 기대된다.

기계설비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기계설비의 모든 시스템은 벽이나 천장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생활을 위생적이고 쾌적하며 편리하게 해준다. 건축물의 냉난방설비를 비롯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배관설비,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급탕설비, 음식을 조리하는 가스설비, 설거지 등 오수를 배출하는 배수설비, 대소변을 처리하는 오수설비 등이 기계설비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고 필터로 거른 깨끗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공기조화설비 역시 기계설비 시스템이다.국토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도시인구 비율은 90%를 넘었다. 대부분 국민이 주택이나 사무실 등의 건축물과 지하철, 역사 등의 시설물 내에서 생활한다는 얘기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환경부는 실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그렇다면 실내 공기는 괜찮을까? 실내 공기가 바깥 공기보다 나쁜 경우도 많아 이제는 실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집이 많지만 창문을 닫아두고 공기청정기만 돌리면 더 해로울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수시로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국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기계설비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18년 4월 기계설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4월 18일부터 시행되면 국토부는 5년마다 ‘기계설비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또 기계설비의 안전과 성능 확보를 위해 기계설비 기술 기준과 유지관리 기준을 고시하도록 돼 있다. 무엇보다 기계설비의 설계도서가 기술 기준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착공 전 확인과 기술 기준에 적합하게 시공됐는지를 확인하는 사용 전 검사를 통해 기계설비의 품질과 안전, 성능을 확보하게 된다.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 기계설비에 사용되는 에너지 10%만 절감해도 연간 약 2조5000억원의 국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유지관리자에 의한 정기점검으로 기계설비의 수명 연장도 가능하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건축물 수명이 5% 연장되면 약 186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처럼 기계설비법은 건강하고 쾌적하며 안전한 생활과 더불어 국가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설비법이 국가와 국민 생활에 기여하는 생활밀착형 법으로 잘 정착되길 기대한다.